7.0 ver로 업그레이드되는 어린이
아침밥을 30분 당겨서 차렸다.
그러니 유치원 등원 준비를 하는 아이도, 나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다툼이 줄었다. 심지어 아이가 등원 전에 성경책도 읽고 갔다.
유치원 차 오기 30분 전에 무려 아침밥, 과일, 세수, 양치질까지 마쳤다.
여유가 생긴 김에 아이에게 스스로 옷을 입어보라는 미션을 내렸다.
미션의 수는 총 10개…… (옷 입는 게 이리 어려운 일이었던가)
1. 내복을 벗는다
2. 런닝을 입는다
3. 서츠를 입는다 (단추 채우는 건 엄마 몫)
4. 바지를 입는다
5. 가디건을 입는다
6. 양말을 신는다
7. 로션을 바른다
9. 마스크를 쓴다
10. 안경을 쓴다
아이에게 미션을 주고 잠깐 창고에 갔다왔다.
웬걸 아니가 런닝 입는 것에서부터 막혔다.
러닝의 앞뒤를 모르겠다는 것.
그러고 보니 요즘 매일 티셔츠나 상의 내복을 거꾸로 입었었다.
“OO아, 여기 옷 봉제선이 보이지 이걸 나란히 들어봐. 그럼 조금 더 많이 파인 곳이 있을 거야. 여기가 앞일까? 뒤일까?”
“앞”
“그렇지. 근데 티셔츠는 보통 뒤에는 이렇게 상표가 적혀있어. 이렇게 확인하면 돼”
아이는 내가 가르쳐준 뒤 자기가 스스로 봉제선을 맞춰보고 러닝 앞을 찾아 입었다. 그러더니
“엄마 셔츠나 뭐 잠바(카디건이었다) 이런 것들은 내가 앞에를 찾을 수 있어요”
“그래”
단추가 버젓이 있는데 그럼 그걸 모를까 (ㅎㅎㅎㅎ)
생각해보면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가 저절로 깨우치는 것은 많지 않다. 특히 생활습관들은 엄마가 가르쳐야 한다. 옷을 입는 법부터 벗는 법, 제대로 벗는 법, 양치질하는 법, 식습관, 대변 닦는 것까지……
요즘 초등학생 중에 대변을 못 닦는 아이가 많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7살인데 그렇다 ㅠㅠ)
집에 비데가 있으니깐 그걸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다.
가만 살펴보면 이 모든 일을 당연하게 해내는 모든 어른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도 한다. 물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된 거겠지만.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던 중, 5학년 여아가 혼자 씻지도 못하고 공부는 더더욱 못하고, 그렇게 생활을 스스로 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봤다. 아이는 급기야 샤워 거부. 오은영 박사의 처방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생활을 가르치라는 것이었는데 공감이 많이 됐다.
모든 교육과 훈육은 아이를 성숙으로 이끄는
걸 목표로, 결국에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한다. 근데 자식 키워보면 알겠지만 아이한테 맡기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게 시간도 짧고 속도 덜 답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의
버전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가르쳐주고 그래야겠지. 대체 대변 닦는 건 언제 배울 거니?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