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Mar 30. 2023

엄마는 도움을 주고 받는다.

우리 부서에는 정규직 직원 중 나만 여자다. 사실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남자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참 배려심이 많고 여자들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남자들은 도움 요청을 잘 못한다. 어쩜 다들 자립심이 강한지. 나같으면 열번을 물어볼일도, 힘들자고 찡찡거릴일도 의젓하게 뚝딱 해낸다. (훌륭해 훌륭해)


그러다보니 팀에서도 일많다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꼬치꼬치 묻고,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 내 몫이다. 오로지 내 몫. 남자들은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까? 정말 미스테리다. 나 같으면 열번을 도움을 요청할 일도 이들은 우직하게 해낸다.

물론 그래서 나의 장점이 있다.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해서 실제 하는 일보다 많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일이 빠르게 처리된다는 것이다. 원래 내 성격도 남한테 도움을 잘 요청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늦게까지 고생하더라도 혼자 우직하게 해낸다. 남한테 도움을 요청하는게 해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성격이 바뀌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성격이 좀더 유연해졌다고 할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마음에는 2가지가 일다. 정말 다른사람한테 미안해서, 또 한가지는 자존심이다. 내가 이 일을 네 도움 없이도 끝낼수 있어. 나는 이 이일을 스스로 힘으로 해내서 나의 능력을 입증할거야. 이런마음?


근데 보니 혼자 하는것보다 둘이 더 빠르고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혼자 주목받는건 너무 부담스럽다. 둘이 함께 박수를 받고 싶다. 그리고 내가 못하는 걸 인정하는게 왜 부끄럽나. 나는 못하니 도움을 받아야 되는데.


아마 이렇게 뻔뻔해진건 애를 낳고, 맡기고 하면서 부터인것 같다. 나는 회사에 다니고 싶고 애도 잘 키우고 싶고 그럴려면 누구라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데, 거기에 자존심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저 땡큐베리머취지.


오늘도 회사에서 너무 대담하게 어려운 부탁을 하고 (엣헴) 얼굴 뻔뻔한 아줌마 인증을 했다. 내가 이렇다니깐. 요즘은 너무 도움을 자주 요청해서 탈이지만. 내일은 꼭 도움을 준 로건파파님께  PPT를 만들어서 보답하리.



매거진의 이전글 아줌마는 누구와도 잘 지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