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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Apr 01. 2023

엄마는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이런것도 가르쳐 줘야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4월 1일 토요일, 우리 아들이 2년마다 고대하던 모빌리티쇼가 열리는 날이었다. 

어김없이 일산킨텍스로 아드님을 모시고 모빌리티쇼를 보러 출발! 

아침 일찍 도착해 모든 전시관을 둘러본 뒤 점심을 먹기위해 인근 자동차 전시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자동차 전시장은 일산킨텍스에서 도보로 5분 남짓인데 레스토랑부터 체험시설, 전시관 등이 잘 조성되어 있어 우리 가족이 즐겨 찾는 곳 중 하나이다. 레스토랑에 대기를 걸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41번째. 한 1시간 정도 기다리는 동안 아들은 옆에 온 다른 형제들과 놀고 싶어서 주변을 배회하기도 하고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서성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노느라 콧방귀도 뀌지 않았는데 그러다가 우리 아들에게 갑자기 말을 걸었다. 모빌리티쇼에서 산 장난감이 형제의 눈에 띈 것이다. 형제 중 동생은 힘찬이에게 "형아 이거 가지고 놀아도 돼?" 물어보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나는 그때부터 슬쩍 거슬리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도 아직 개봉하지 않은 장난감을 막 굴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힘찬아, 네 장난감은 네 책임이야. 그러니 네가 관리할 책임도 있는거야"라고 말했다. 아들은 말귀를 못알아들은 건지 그 형제들이 자신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그대로 방치했다. 그뒤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아이들은 떠났고, 아들은 새 장난감이 망가져 있는것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울상. 나는 울화통이 치밀었다. 

아들은 망가진 장난감을 보고 이걸 고칠수 있는지 아빠에게 물어봤다. 


기분좋게 간, 2년에 한번 있는 모터쇼인데 우리 아들 기분을 망칠수는 없었다. 

오전에 기분 좋았던 일이 순식간에 울상이 되버린 순간. 

마침 대기가 끝나서 대기석에서 식사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 아 어떻게 해야지. 나는 분명 네 장난감을 잘 지키라고 경고를 했건만, 자기 장난감을 지키지 않은 아들을 혼내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지켜보지 않은 나를 탓해야 하나. 아이에게 따끔하게 교훈을 주기 위해 고장난 장난감 채로 놔둬야 하나. 아니면 이깟거 하나 사줄까.......' 

짧은 순간이지만 아이 교육을 위해 이런저런 생각이 스쳤다. 마침 차분히 이야기를 할 분위기가 됐으니 힘찬이에게 말을 걸어본다. 

"힘찬아 아까 엄마가 네 장난감을 누구 책임이라고 했지?"

"내 책임"

"그럼 빌려주는 것도, 빌려준 후에 망가지는 것도 누구 책임이지?" 

"......"

"엄마가 아까 걔네들이 네 장난감 함부로 가지고 노는것 같아서 이야기 했잖아. 그럼 네가 그 아이들에게 함부로 가지고 놀지 말라고 이야기 했어야지"

"아니 이런상황이 처음이어서 몰랐다고요"

아뿔싸 그렇다. 힘찬이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다. 장난감을 빌려주라고 분명 그렇게 배웠었는데 그 장난감이 망가져서 돌아오는 경우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관계에서 경험해보지 않은 많은 상황들이 있는데 마치 어른이라는 이유로 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것이 요구되고 있다. 처음 겪는 상황도 많은데, 그 상황에서 우리 아들처럼 "처음이어서 어떻게 대처할지 몰랐어요. 무슨 말을 할지 몰랐어요" 이런말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저 어른, 성인이라고 하면 무수히도 많은 인간관계 속의 상황 가운데 유연하고 성숙하게 대처하는게 당연한 것처럼  된다. 아이든 어른이든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은 모두 힘든데, 어떻게 할지를 모르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그것도 몰라? 당연히 이래야지" 라고 호통치는 사람만 있다. 

그래서 약은 어른들은 자신이 어떻게 대처할지 모른다는 것을 티내지 않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열심히 글을 올리거나 아니면 마음을 터놓는 누군가에게 상담을 요청하거나, 아니면 그 상황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그 상황을 그저 관망한다. 


"힘찬아 그런 상황에는 이렇게 이야기 하는거야. 내 장난감이야 함부로 가지고 놀지마. 나도 오늘 산거란 말이야 하고 말이야. 엄마 따라해봐"

"내 장난감이야 함부로 가지고 놀지마" 


애 아빠는 한술 더 뜬다. 

"힘찬아 그럴때는 아예 빌려주지마. 아빠는 어렸을때 친구들한테 연필한자루도 안빌려줬어. 왜? 친구들이 모두 아빠 물건을 함부로 쓰더라고. 아빠처럼 이야기해 내 물건이야. 빌려주기 싫어"

"내 물건이야 빌려주기 싫어"


"그러면 친구가 너는 욕심쟁이야 하고 말하면 어떻게 할래?"

"내 물건이니깐 내 마음대로 하지~라고 말할래요"


우리 가족 모두 까르르 웃는다. 생각해보면 밥먹는거, 소변, 대변 싸는거, 사람관계, 공부하는거, 학교가는거 그냥 일상이어서 당연하게만 되는것 같은데 애를 키워보면 그것들이 절대 당연하게 되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엄마로써 이런것까지 가르쳐 줘야하나 싶을때가 많다. 같은 마음으로 밑에 직원들을 대하면 일하기 한결 수월해 질때가 있다. (물론 이건 밑에 직원 성향마다 다르긴하다) 세세한 업무 지시를 원하는 직원에게는 아이를 다루듯 A~Z까지 설명해 준다. 그럼 실수가 적고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회사생활에서도 정말 몰라서 일을 못하는 경우,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회사 내 질서를 어기는 경우 나는 가르쳐준다. 그리고 이것도 모를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처음일때는 배워야 하므로,

단, 남녀를 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연차가 있는 남자직원들은 나의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답답해 하는 경우도 있었다. 왜냐하면 일의 결과에만 도달하면 되지 그 결과에 도달하는 방법까지 가이드를 줬기 때문이다. 주로 신입사원, 이런 세세한 가이드를 좋아하는 후배들에게는 효과적일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작용을 낳을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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