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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Nov 04. 2021

내가 나다워 지는 시간

네가 있어서 참 고마워 

우리는 16살에 만났다. 

열여섯살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커다란 시험을 맞는 그런시기이다. 

바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고입선발고사'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공부를 열심히 할것도 아니고 

(왜냐하면 컷트라인만 넘으면 인문계고는 합격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아니었는데 당시에는 마치 그 시험이 수능이라도 된 것처럼 

밤을 새워 공부하고 주말에도 도서관에 가고 그랬다. 


중학교 3학년 같은 반이었던 우리 

마침 집에가는 방향도 같아서 학교 끝나고 도서관에 갔다가 집에도 같이 갔다. 

오죽했으면 고입선발고사 시험 당일에도 같이 만나서 가자고 약속했을 정도로. 

(그렇게 중요한 시험이 있는 날에는 보통 혼자가지 않나?)


우리는 시험 지원서에 각각 다른 고등학교를 1순위에 넣었고, 

그 결과 나는 A여고, 그녀는 B여고에 진학했다.  

학교가 다르니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간간히 소식은 전했으나, 

카톡에 뜨는 친구로 그 상태를 유지했을 정도만. 딱 그 정도만.

그리고 2014년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됐다.

대학졸업하고 한번도 본 적 없으니 거의 6년만인 셈이다. 

바로 나의 결혼식장에서 말이다. 


녀석은 (결혼한다고) 6년만에 연락한 친구지만 

나의 친구들 중에서 축의금을 가장 많이 내서 나를 미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끼지 않는 친구라는 것을. 

항상 받기만 한것 같아 내가 큰 맘 먹고 밥을 사면, 그 이후 커피부터 디저트 + 갈 때 주전부리까지 챙겨주는 그런 친구라는 것을. 


결혼식 이후 다시 우리 연락은 뜸해졌다. 

항상 마음속에 고마움만 남은 친구. 

그러다가 만남을 지양해야하는 COVID-19 시국인 작년에 다시 연락이 되었다. 

만 5년만이다. 


드문드문 했던 연락과 달리

우리는 바로 어제 본 친구처럼 그렇게 편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요즘은 한달에 1번은 보고 있는것 같다. 


그런 사람이 있다. 

이 사람과 같이있으면 내가 실수를 하든,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든, 

내 취향, 내 고민, 내 꿈, 이루고 싶은 욕심,  가족사, 나의 좁은 마음까지, 

모든 걸 털어놓아도 편한 사람. 

내가 나다워지는 사람. 


나이가 드니, 마음맞는 친구가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 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연락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나누고, 

만나자마자 까르르 웃었던 친구인데.

지금은 경조사만 겨우 챙길정도로 그렇게 소원해졌다. 

만나자는 카톡만 하고 막상 날짜를 잡진 않는다. 왜?

만남의 시간 동안 어색함 때문에. 그 어색함을 느끼고 난 후 허전함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면 그 친구를 만나지 않게 된다. 

이런 친구는 '우리가 친했었지' 라는 추억만 간직한채 연락처 리스트에만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이지 열 친구 부럽지 않다. 

오늘도 그녀 앞에서 허둥지둥...... 

같이 서촌길을 걸었는데 버스도 잘못타고 길도 헤매서

게다가 먹지도 않을 디저트는 왜 이렇게 많이 시켰는지......


항상 긴장감을 메고 살고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 실수 하지 않는데 오늘은  (평소 나 답지 않게) 고생 꽤나 한 하루였다. 


그렇게 참 '나다운' 시간을 보낸 하루였다. 

고마워 정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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