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선물이야
예정일보다 나흘이나 일찍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
10대에서 60대 이하, 가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바로 그것이 찾아왔다.
나는 월경통이 매우 심한 편이다.
매우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은게…… 학창시절 이 것으로 매일 조퇴를 했고, 이 것이 오면 마치 입덧을 하듯 온 몸이 뒤틀려 아팠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구토를 했고(쓰디쓰고 신 위액이 넘어올 지경이었으니까) 자취, 직장생활로 몸이 만신창이가 됐을때는 이걸로 매월 응급실에 실려갔을 정도니까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월경 트라우마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매월 그것이 오는게 두려웠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매월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결혼 후 산부인과에서 들은 구원적인 한마디는 ‘아이를 빨리 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때 나의 몸은 아이를 갖기에는 차가웠고, 너라는 씨앗을 품기에는 단단하고 거친 콘크리트 벽 같았다.
그런데 모든 악 조건 속에서 네가 찾아왔다.
어느날, 월경이 일주일 늦어져 임신테스트기를 해봤는데 희미하게 두줄…… 정말 임신일까 실감이 안났는데,
산부인과에서 너의 심장소리를 들었을때는 어느순간 나는 엄마가 돼 있었다.
엄마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사랑이 밀려드는 순간이었다. 우리 아기. 소중한 내 애기.
그렇게 만났던 네가 벌써 태어난지 1997일이나 지났다. 여섯살 고집불통 말 안듣는 남자아이.
오늘은 매월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에
무기력하게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아프고 힘이 없어서 나의 비타민에게 SOS를 청했다. (사실 아이가 심심해하기고 하고, 빈틈을 주면 아이패드로 게임을 할 것 같아서……)
“엄마가 아파서 우리 아들이 엄마한테 책을 읽어주면 엄마가 나을것 같은데……”
“아이 알았어요”
그렇게 우리 아들이 침대에서 내게 책을 읽어줬다. 물론 네가 아니라 내가 읽었지만,
아들과 함께 ‘난 네가 보여’라는 숨은 그림 찾기와 비슷한 책을 읽으니 어느새 아프던 것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 행복했다.
네가 침대를 떠난 이후에도 너의 소중한 마음 덕분에 기뻤다. 오늘도 이렇게 선물을 받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