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거나 설레지 않거나
지하철을 탔는데 이런 시를 읽었다.
정낙추의 부부란 시였는데,
시가 꼭 우리 부부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일반적인 부부 같았다.
(왜냐면 오빠랑 나는 최소 하루에 한 번 사랑해라는 말을 하기 때문에)
결혼해서 좋은 점은 설레지 않은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애 기간 동안 밀당하며, 서로를 원하며, 불안해하며 받은 스트레스는 …… 이루 말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거기에 쓴 에너지가 아까울 정도로. 일종의 노동이었던 거 같다. 자발적 노동? 즐거운 노동.
그나마 나를 노동시킨 이 남자와 결혼을 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그 에너지와 시간이 아까웠을 것 같다.
물론 그때는 그걸 즐거워하며 했지만,
며칠 전 아들이 할머니와 같이 잔다며
우리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을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그날 오빠는 묵묵히 컴퓨터로 연구를 하고, 나도 다른 방에서 책을 읽었다.
너무도 평온한 밤이었다. 그리고 다정했다.
부부는 그런 것 같다.
아무 말하지 않고도 묵묵히 서로의 일을 하는,
그 자리를 지켜주는. 그리고 때로는 설레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연애보다 결혼이 좋다.
가슴 떨리거나 흥분되지는 않을지언정,
편안함 속에 느끼는 소소한 기쁨과 설렘을 선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