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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Jan 07. 2022

서울성모병원

삶을 붙잡기 위한 우리들의 처절함을 위로하며 

1월 10일.

수술일자가 잡혔다.

그래도 서른 일곱 내  인생에 전신마취 한번 하지 않은, 이제껏 큰 질병도 상해도 없다는 게 자랑이었는데, 전신마취하는 대수술을 한다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두려운 마음 반, 가볍게 치부하려는 마음 반이다.

무겁게 생각할수록 더 무서워지니깐.


맨처음 병원을 선택할때 고민이 많았다.

회사랑 가까운 여의도성모?

집이랑 가까운 고대안암병원?

그래도 믿음이 가는 아산병원?


선택은 강남성모병원이었다 .

일단 집과 회사의 딱 중간위치가 좋았고

그리고 깔끔한 시설도 한 몫했다.


그렇게 몇번 성모병원을 왔다갔다하며

나와 비슷한처지의, 아니 훨씬 더 좋지 않은 환자들을 봤다.

그와, 그녀 그리고 그들의 간병인을 살펴보면 어렴풋이나마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수 있었다.



병원 푸드코트에 휠체어를 탄 할머니 한 분이 가만히 앉아계셨다. 할머니는 미동이 없으셨고 간병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왔다갔다 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어린남자. 이 남자는 검은색 빵모자를 푹 눌러썼다. 그 아래로 여러층을 낸, 남자치고는 꽤 긴 머리가 늘어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깥의 냄새가 날 것 같은 패딩에서는 그의 삶도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걸음걸이가 피곤했다.

아마 밤새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잠깐 눈을 붙인뒤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온 건 아닐까. 내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마주보고 앉은 테이블에는 할머니의 아침식사만이 있을뿐이다. 글쎄. 아침을 먹고 왔는지 아닌지는 모를일이다. 근데 나는 그이의 속이 비었을 것만 같지. 빨간 그이의 손은 왜 아직도 추워하는 것 같지. 


하루는 아침을 거르고 CT 검사를 받아서 CT 검사가 끝나는 대로 병원 푸드코트에 내려가 밥을 먹었다. 

 내 대각선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만 무시하려고 했지만 텅 빈 푸드코트에 아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질 뿐이었다. 한 네살쯤 됐을까. 아이는 푸드코트에 들어오자마자 엄마한테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졸랐었다. 그도 그럴것이 푸드코트 계산대 바로 옆에는 유기농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엄마는 밥을 먹고 사주겠노라고 이야기 했다. 그 말이 아이 귀에 들어왔을 리 없다. 주문한 밥이 나오자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더 세게 조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이의 빈 속에 차가운 아이스크림부터 먹일 수 없었을 것이다. 엄마의 논리로 아이를 열심히 설득했지만, 이미 아이스크림을 봐 버린 아이를 어찌 할 수 없었다.  그 맞은편에는 아빠로 보이는 한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묵묵히 밥만 먹고 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부부가 병원에 있는건 꽤 오랜기간으로 보였다. 누구의 투병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건 가족 모두가 지쳤다는 것. 아이의 울음소리는 더 크고, 더 서러워졌다. 울음소리는 서러움을 넘어 구슬프기까지 했는데 마치 이렇게 들렸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돼요. 저 빨리 집에가고 싶어요" 엄마도 이제 달랠힘도 없는지 아이를 가만히 놔뒀다. 


내가 다니는 3층 암센터. 암환자들이 모여있다. 

부위는 다르겠지만 모두 다같은 암이다. 세상에 암 환자들이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많을 일이야......

암센터 바로 옆에는 혈액병원이 있다. 아시다시피 혈액병원에는 심각한 질병이 많다. 

혈액병원에는 아이들을 위한 치료실이 따로 있었는데 뽀로로 벽지로 장식돼 있었다. 

캐릭터의 귀여움으로 치료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한걸까. 아니면 치료실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 

알록달록한 캐릭터 벽지가 더 슬프게 다가왔다. 

하루는 5살 정도된 남자아이가 침대에 누워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부모는 자고있는 아이의 얼굴위에 성인용 마스크를 덮어놓았다. 

순간 반사적으로 놀랐다.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성때문에 아이의 얼굴을 흰색 천 같은것으로 모두 가린것이 자칫 불길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썹부터 입술까지 모두 덮을 정도로 마스크가 컸던게 이유였겠지만. 

그 아이의 질병이 부디 병원에 다시 오지 않아도 되는 가벼운 것이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병원에서 아이들을 마주칠때는 마음이 아리다. 

저렇게 조그맣고 얇은 아이들의 팔 위에 여러 주삿바늘이 꽂혀있는 것 보면 

하나님도 참 무심하시지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나의 생각을 아시는지 모르는지 성모병원의 높은 천장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메달려 우리를 인자하게 쳐다보고 있는 십자가상이 걸려있다. 



서울성모병원은 항상 사람들이 많다. 성모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에 사람이 많다. 

병원을 몇번다니며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 질병이 내 몸 하나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거라면.

아픔을 감내하기 힘든 너무 고통스러운 병이라면?' 

그래도 나는 꿋꿋히 살기 위해 매번 저렇게 병원에 다닐것이다. 

생명을 붙잡기 위한 나의 노력과 우리들의 노력, 인간의 몸부림이 참 처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이렇게 그저 살아있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지. 

이리도 귀한 삶이라면 참으로 귀하게 살아야지.


오래전 시내 버스에 적힌 명언처럼.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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