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이야기

: 시작

by CP

언제부터 시작했었지? 아마 고등학교 3학년 때 이 이야기가 생각난 것 같다.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튼'을 보고 힙합에 빠져 버렸다. 나도 N.W.A 같은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너무 멋있었고, 나도 멋있어지고 싶었다. 영화 속 주인공의 바쁘고 화려한 재미있는 삶이 현실이 되길 바라는 마음, 화면 밖의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은 마음, 평범한 삶에 대한 의문, 나의 가치, 수많은 생각이 폭풍처럼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 안에서 유일한 해답이 되어줄 것 같은 생각 하나가 있었다. 소설을 쓰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자. 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 나만의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튼'을 만들자. 나중에는 앨범도 하나 내면 좋겠지. 티셔츠를 만들 수도 있을 거다. 나도 데이비드 베컴 같은 유명인이 될 수 있을 거야.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삶을 가질 수 있을 거다. 이제 시작하자. 그래서 나는 노트와 펜을 집어 들었다.

흐릿하게 떠오른 아이디어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가장 아름답게 빛났다. 투팍과 켄드릭 라마를 닮은 흑인 소년을 시작으로 나의 삶을 담아내는 아시아의 모습을 가진 소년과 에미넴이 떠오르는 피부색을 가졌지만 정말 흑인의 피가 흐르는 어느 곳에서 속하지 못하는 혼혈 소년의 이야기.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피부색의 문제를 담은 이야기.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바람을 불러일으킬 이야기. 나의 아이디어는 이쪽저쪽에서 빛났다. 정말 모든 게 잘 될 것 같았다.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성공은 따라올 것만 같았다. 나의 삶도 영화처럼 운명적인 시작을 맞이한 줄 알았다. 그땐 몰랐었다. 이 이야기는 영화보다 드라마의 시작에 가까웠다는 걸. 그것도 아주 긴 결말을 예상할 수 조차 없는 장편 드라마의 시작에 가까웠다.

주인공은 만들어졌다. 하지만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내가 만든 인물이 어떤 성격을 가졌고,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생각해야만 한다. 밝게 빛나는 아이디어 속으로 들어가 이곳을 가득 채우기 위해 계속 생각해야 했다. 텅텅 빈 아이디어 속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이름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소년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 두 명의 소년에게 이름이 필요하다. 짧은 생각의 연속이다. 이름에 의미를 담았으면 좋겠다. 이 소년은 'COMPTON' 출신이다. 나는 투팍과 켄드릭 라마를 바라보며 이 소년을 만들었다. 투팍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나의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상황들을 투팍은 내 눈앞으로 가져다주었다.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를 들을 땐 소름이 돋았다. 작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이야기의 중심에 닿으면 내 주위는 켄드릭 라마의 세상이 되었다. 그들은 이미 빛나고 있다. 나는 어둠을 만들고 싶다. 그들의 이야기 속 주인공을 만들고 싶다. 성공한 삶보다 불행한 운명을 가진 주인공을 만들고 싶다.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의심을 품에 안고 놓지 못하는 사람을 만들고 싶다. 그는 아무것도 대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진실만을 말한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하는 사람. 이름은 케니. 켄드릭 라마가 떠오르길. 투팍의 영혼을 가지고 켄드릭 라마의 그림자 되어 넬슨 만델라를 향한 영원한 존경을 표하는 사람. 모든 사람이 가진 야망을 가진 사람. 평범하지만 평범한 삶을 증오하는 사람. 여러 감정이 섞여있는 복잡한 정신을 가진 사람. 아직 케니를 정의하기 위해 더 많은 단어와 문장이 필요하다. 케니는 나의 시작이다. 그만큼 가장 흐릿한 존재다. 멋진 인생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케니가 태어났다.


"어둠이 내린 7월 18일의 밤,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바람이 빌딩 창문을 흔드는 소리가 울린다. 이 비에 우리들의 피부색이 하수도를 따라 씻겨 내려가면 하얀색이 된 마틴 루터 킹이 “나는 꿈을 이루었습니다.”라고 외쳤을 것이다. 하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도, 창문을 두드려대는 바람도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고 모닥불 주위에서 춤을 추지 못하게 한다. 여기는 미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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