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이야기

: 내가 되고 싶은 것

by CP

나는 왜 케니의 이야기를 첫 번째로 시작했을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삶을 말하려는 이유가 뭘까? 케니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서 한계를 느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진실일까? 내가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이 아닌 누군가에 의한 간접 경험으로 만든 이야기가 진실을 담아낼 수 있을까? 눈앞이 캄캄하다.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만큼 내가 짊어질 책임도 클 것이다. 하지만 케니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케니의 입은 진실을 담는다. 나는 케니의 입을 열기 위해 진실을 찾아다녔다.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폴 비티의 '배반'을 다시 읽었다. 소설에 나오는 과장과 풍자는 진실이라 할 수 있을까? 내가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내가 만든 사람들이 살아간다. 모두가 믿는 어떤 이야기가 있다면 그 이야기는 진실이라 할 수 있을까? 케니의 말을 모두가 믿는다면 케니는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내가 케니의 말과 똑같은 존재를 만들어 내면 케니는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옆집에 사는 코리는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었고, 지금은 하늘로 떠난 제프는 파란색 옷을 입은 녀석들과 거리를 배회하면서 흑인 여자가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며 품 안에 안고 있는 아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여자는 제프의 어머니였다. 제프는 자신의 두 눈으로 동생이 되었을 아기가 버려진 걸 봤지만 마리화나를 길게 한 모금 빨아들이며 몽롱한 정신으로 쓰레기통 옆을 지나갔다. 그 후로 며칠이 지나고 제프는 차갑고 검은 아스팔트 바닥에서 자신의 파란 옷을 빨간 피로 물들인 채 얼굴도 모르는 동생 곁으로 떠났다. 내 친구 중 가장 운이 좋은 녀석은 채드다. 채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같은 집에서 지내고 전기가 끊기지 않고 물도 잘 나오는 집에서 산다. 그리고 채드의 아버지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시며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불법 무기 소지 말고는 전과도 없다."


케니라는 인물을 내세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케니라는 인물과 가까워질수록 내가 처음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순간이 흐릿해진다. 나를 위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이 잘되면 내가 성공한다. 내가 행복해진다. 그런데 이 책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란다. 누군가 나에게 내가 쓴 글의 의미를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다. '내 글의 읽는 누군가의 마음에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철저히 나를 위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참견하기를 바란다. 누군가 성공한다고 다른 누군가는 실패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성공하고 너도 성공한다. 모두가 성공한다. 그러면 누가 내 밑에 있을 거야? 누가 나를 보며 달콤한 꿈을 꿀 거야?

나는 케니를 통해 말을 한다. 진실이든 아니든 말을 한다. 말을 목표는 성공. 나의 성공. 케니의 성공.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말한다. 나의 성공을 위해 겪어보지 못한 진실을 말한다. 겪어보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다고 말한다.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나를 위해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행동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생각이 깊어질수록 모순도 커진다. 진실을 추구할수록 모순도 뚜렷해진다. 나는 케니를 통해 모순을 보여줄 것이다. 케니의 입은 모순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당신을 세울 것이다. 그러면 당신들은 나를 찾을 거야. 구원을 바라는 눈동자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나는 그런 눈동자를 보고 싶다.


"타이론은 조금 특이한 녀석이다. 갱들과 어울리지 않고 마리화나도 피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엄한 것도 아니다. 타이론의 아버지는 한 손에는 권총을 다른 한 손에는 곱게 만 마리화나를 들고 타이론의 학습 능력이 가장 우수한 영유아기 때부터 “네 입에 이 마리화나가 들어가면 내 손에 있는 권총이 불을 뿜을 거다!”라고 교육하는 학구열이 강한 아버지가 아니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백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기 위해 어떤 걸 해야 될까 고민하던 한 흑인 소년이 눈앞에 보이는 빈 농구 코트에 우두커니 서서 그물이 없는 림과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바라보며 마이클 조던의 어린 시절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공도 없이 2대 2 게임을 시작한다. 마이클 조던의 동료가 된 그는 화려한 스핀 무브로 상대를 제치고 가볍게 득점한다. 상대는 백인들, 방금 칠한 페인트처럼 새하얀 백인들, 농구 코트의 아웃라인 보다 하얘서 아웃 라인을 어둡게 만드는 백인들이다. 키는 작고 패스트푸드에 중독돼 세 걸음 이상 가면 힘들어서 헥헥 거리는 상대의 부모님은 관중석에서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으로 목이 터져라 소리친다. “케빈 힘내! 어서 저 흑인들을 누르고 NBA로 가자!” 타이론의 커다란 손은 백인의 공을 코트 바깥으로 걷어내고, 자신의 몸에서 가장 새하얀 이를 백인의 부모님을 향해 보여주고 그의 동료 마이클 조던과 멋진 핸드 셰이크를 한 후 조던에게 시카고 불스의 유니폼을 받는다. 타이론은 두 눈을 두 번 빠르게 깜박이더니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가 낡고 자신의 피부처럼 검은 농구공을 가져와 망상 속에 빠져 마이클 조던과 백인들을 혼내주며 하루 종일 농구를 한다. 그래도 타이론은 내가 아는 녀석 중 가장 가능성이 큰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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