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쓰는 이유?
소설은 허상이다. 거짓된 감정을 가지고 거짓된 이야기를 만든다. 현실에서 일어난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에 색을 입힌다.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래로 더 아래로 들어간다. 상상 속에서 억울한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의 주인공에서 간신히 탈출한다. 이 과정에서 떠오른 감정들을 모아 문장으로 만들어낸다.
재밌다고 해야 하나..?
누군가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누군가 총에 맞길 바라며 방아쇠를 당긴다. 긴박하다. 슬프다. 아프다. 이런 감정들로 만들어낸 문장의 끝에 내가 느끼는 감정은 뿌듯함이 되어야 한다. 새하얀 도화지를 빼곡히 채워야 하는 사람의 고뇌 끝에는 성취가 묻어 나온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절망적이고 어둡다. 과연 그에게 진실은 그림 속에 있을까? 그림 밖에 있을까?
나는 결국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한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대상은 계속 바뀌고, 하고 싶은 말은 뒤죽박죽 섞어 있다. 그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나의 거짓된 세상을 담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만들고,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써나간다. 새하얀 도화지 앞에서 고통을 느끼지만 회색을 칠하며 거짓된 감정을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거리 속에서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찬 주인공이 걸어 다닌다. 그림 밖의 나는 작은 성취감을 원동력 삼아 계속 그림을 그려 나간다. 계속 거짓된 세상에서 거짓을 만들어 낸다. 이 모든 게 거짓임을 알면서도 나는 진실을 전하려 한다.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적어나가며 겪어 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길 바라고 있다. 나의 모든 거짓은 진실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 나의 모습은 정신이 몽롱한 범죄 대상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편의점 털이 강도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도시의 치안을 위협하는 약물 중독자이자 잠재적 범죄자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남의 거리를 침범한 낯선 침입자 일 수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누군가에게나 나는 지금 죽어 마땅한 존재다.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죽을 수 있고, 누군가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죽을 수 있고, 도시의 치안 유지를 위해 죽을 수 있고, 조직의 강력함을 보여주기 위해 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나를 바라본 모습은 오로지 죽음뿐이었다. 아무도 내가 살아남길 원하지 않았다. 오직 나 자신만이 살고 싶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살고 싶은 욕망이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감정의 폭풍우 앞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 나오길 기도한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만들어 낸 문장이 아름답길 바라고 있다. 지우는 것이 두려워 이 문장이 가장 아름다워 지길 바라고 있다. 확신이 없기에 확실한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할수록 거짓으로 뒤덮인 내가 싫어진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생각한다. 나는 당신들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만든 매개체는 모든 게 거짓이다. 내 거짓이 당신에게 닿길 바라며 당신을 바꾸길 원한다. 결국 욕심이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나를 감추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나를 보여주기 위해 거짓을 만든다. 거짓으로 덮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다시 거짓을 그린다. 거짓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름답지 않아도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지만,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내 삶은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상태가 아니다. 충분히 숨 쉴 수 있고, 편히 누울 수 있는 삶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생각하자. 나는 파도치는 바다를 원한다. 잔잔한 호수를 떠나고 싶어 한다. 미디어 속에 빠져 위험천만한 파도 위에서 아무 위험 없이 서핑 중이다. 고통 없이 고통을 가지려 한다. 내 몸은 편한 것을 추구하지만 입은 온갖 고통을 내뱉는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하나씩 들어본 사람들은 말한다. 거짓말쟁이. 가장 편한 삶을 살면서 편한 삶을 말하는 사람들을 욕하는 사람. 망상 속에 빠져 현실을 사는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 그게 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이 모습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나는 오로지 한 명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땐 정말 이기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모두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행동하고, 그 중심엔 언제나 자기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벼랑 끝에 몰려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도 자신의 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눈동자 속의 자신 뿐이었다. 물론 지금 나의 생각은 철없던 어린 시절에 비해 어느 정도 바뀌었지만 내 두 눈에 들어오는 모습의 중심에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확고해졌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내 행동이 주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계속 나에게 초점을 두고 움직인다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겨냥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희망을 보여주면 주위 사람들은 나의 초점 한가운데로 들어와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런 간단한 원리를 깨우치지 못했던 철없고 쓰레기 같았던 어린 시절에 내가 선택한 건 오로지 자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편의점에 들어가 죽어가는 정신을 붙잡고 바지 속 깊숙이 숨겨진 총을 꺼내 편의점 주인의 머리를 겨누었다. 그리고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며 소리쳤다. “당장 10달러를 계산대 위에 올려놔!” 나는 지금까지 내 목숨값을 10달러라고 생각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기 위해 발악한 결과는 겨우 10달러 지폐 한 장뿐이다. 나는 총을 계속 겨누며 뒷걸음질 치며 편의점을 나왔다. 이렇게 내 인생 첫 번째 범죄를 10달러짜리 편의점 무장강도로 장식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뭐지?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쓰며 고민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루의 시간 중 글을 쓰는 이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말할 수 없다. 이제 나도 잘 모르겠다. 분명 당신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제는 말하고 싶은 걸 만드는 데 급급하다. 이유가 있어 말하는 게 아니라 이유를 만들기 위해 말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래전 적은 나의 소설 속 내용이 어떻게 만들어진지 생각하며 이 글을 적고 있다. 소설 쓰는 이야기는 당신들이 아닌 나를 향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글의 이유마저도 점점 흐릿해진다. 당신들의 존재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만든다. 시작과 끝이 없는 이야기에 시작을 만들고 중간을 꾸미고 아름다운 끝을 장식하게 만든다. 이 글을 보는 당신들이 나를 끊임없이 유혹한다. 진실을 말하고 싶었던 사람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아름다움을 위해 거짓을 만들어 낸다. 계속 진실을 생각하지만 거짓을 만들어내는 현실이 진실이라는 사실이 나를 더 고통스럽게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뭐야?'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생각하자. 나의 성공과 성공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구원을 주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 똑같은 그들을 바라보는 걸까? 한 걸음 뒤로 물러 서서 질문을 던지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나의 세상에서 성공한 나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나의 세상 안에서 만들어진 당신들도 보인다. 정말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다. 이제 내가 그토록 원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내가 상상한 나의 세상은 거짓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짓을 만들어 낸 나의 상상은 거짓이라는 존재를 이 세상에 만들어냈다. 나의 소설 속 이야기는 거짓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글로 존재하고 상상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거짓과 진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이 세상에 만든 것에 대해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다. 지금 내가 찾은 이유는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앞으로도 망각하고 고민하고 고통받고 다시 이유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유를 찾기 위해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이곳에는 정답도 오답도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이유를 찾아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 한 명이 있을 뿐이다.
"한참을 앞을 보고 뛰었더니 눈앞에 익숙한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 구역이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두 다리가 풀려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불빛이 보인다. 내 목숨 값을 알려준 편의점이다. 분명 쉬지 않고 몇 분은 뛴 것 같은데, 온몸이 땀으로 뒤덮였는데, 나는 내 손에 있던 10달러 지폐를 바라본다. 10달러 지폐는 온데간데없고 물이 한 병 쥐어져 있다. 바지 속 깊이 박혀있던 총을 찾아본다. 아무것도 없다. 천천히 생각해 보자. 우선 물 한 모금부터 마시고. 나는 이 동네에서 총을 사거나 훔친 적이 없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들은 자동 권총 소리는 애매모호했다. 그냥 동네에서 흔히 울려 퍼질 수 있는 소리일 수 있다. 내가 몸을 숨길 때 내 시선은 소리의 반대방향을 향했다.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때 주위에 창고가 있는 곳은 없었다. 사다리도 없었다. 지붕을 뛰어넘을 만큼 집이 촘촘히 붙어 있지도 않았다. 불빛은 보았다. 편의점도 저기에 있다. 잊히지 않는 편의점 주인의 두 눈동자는 흐리멍덩했다. 익숙해 보였다. 10달러짜리 지폐는 원래 없었다. 내가 마시고 있는 물은 산 것이 아니다. 돈이 줄어들거나 잔돈이 있지는 않다. 나는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결론을 지었다. 극심한 두려움에 빠져 살며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뇌가 두려움이 극대화되었을 때, 약기운의 도움을 받아 허상과 현실의 경계에 날 던져버렸다. 그리고 내 첫 범죄는 편의점 무장강도가 아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죽어가는 사람의 좀도둑질이 되었다. 약기운이 서서히 빠지며 갑자기 내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넘쳐났다. 무엇이 그 모든 걸 만들어냈을까? 무엇이 날 편의점 무장강도로 만들어 냈을까? 나는 허상 속의 편의점 주인의 두 눈동자를 떠올렸다. 깊은 곳에 갇힌 분노와 폭력성의 영역을 스멀스멀 넓혀오는 눈동자는 나에게 모든 걸 설명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 눈동자 속에 내재된 폭력성과 분노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너무 두려웠다. 그 허상이 모두 현실이 될 것 같았고, 살인마들이 가득한 감옥에서 몇 년을 썩고 다시 길거리에 내던져진 뒤 다시 범죄자들의 무리에 속할 것 같았다. 그리고 반복되는 불법적인 일상에서 발을 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때가 되면 이미 내 이마에는 범죄자라는 표식이 깊게 각인되어 어디로 가든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계속 감방을 드나드는 삶이 반복되고 소리 소문 없이 그 누구의 머릿속에도 남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잊히는 게 정말 두려웠다. 하지만 이 두려움이 내 인생을 바꿀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적어도 어릴 때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