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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연주리 Sep 11. 2019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선물주고 싶은 사람

삶의 설레임이 되살아나다.

지금의 남편과 한창 연애중일 때, 그러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사랑에 빠졌던 그 시절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꼭 기억했다가 주말에 꼭 남편을 데리고 갔다.

그곳이 아무리 멀고 비싸도 내가 느꼈던 맛있고 행복했던 기억을 공유하고 싶어서.

TV에서 맛있어 보이는 집이 보이면 주말에 차를 두시간 넘게 타고가서라도 꼭 먹으러 갔지.

남편이 너무 좋아하는 분위기여서, 너무 마음에 들어할 것 같아서


예전의 나는 지나가다가 예쁜 남자 핸드로션이 보이면 선물하고 싶어서 아무 날도 아닌데

선물포장을 예쁘게 해서 선물을 했다.

한 번은 2천원짜리 귀여운 핸드로션을 사들고 남편과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 갔는데,

근처에 백화점이 있어서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난생처음 백화점 포장점에 달려들어가 

"이거 선물줄거라서 예쁘게포장해주세요."

라고 했다가 만오천원의 포장비를 냈었지.


하하하하 그래...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서도 선물이 몰라보게 고급지게 변신한 것을 보면서

남편이 이걸 받고 얼마나 좋아할까 라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내 마음이 만 오천원만큼 행복하고 설레였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지. 그렇게 선물을 준비하는 내 마음이 더 행복했던 시간.


그런데 결혼을 하고나니 그러한 작은 설레임들이 사라졌다.

집에 이미 다 있는데 뭘 또 사냐라는 생각 때문일까.

잡은 물고기는 더이상 모이를 안주게 되는 사랑의 사람의 습성일까.

예쁘고 맛있는 것을 보고나서 느끼는 설렘임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냥 동물처럼 그 자리에서 맛있는 것을 내 몸에 소비해버리고, 물건은 내 것만 마음에 드는 것을 소비했다.

몰래 선물하고, 준비하고, 나누어 주는 그 즐거운 설레임이 없어지니 삶의 재미가 줄어든게지.



그런데 너희들이 태어나고 나의 그 설레임이 또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해외출장 다녀왔다고 망고과자를 나누어 주면

망고를 좋아하는 너희들을 위해 나는 먹지 않고 가방에 넣어왔다가 너희를 만나자마자 짜잔~하고 선물한다.  

망고를 먹지 않는 아쉬움 보다 너희가 이걸 보고 좋아하는 기쁨이 훨씬 크기 때문에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가방에 집어 넣는다. 가끔은 거기에 내가 만든 리본을 붙이기도 하지 너희들 더 기뻐하라고.


처음 가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테이크아웃 하려고 하니 음식 포장이 안된다더라.

그래서 다음날 도시락 통을 들고 가서 “여기에 담아주세요. 너무 맛있어서 아이들 주려구요.” 라고 말했지. 

사장님은 아이들 준단 이야기에 정말 듬뿍 담아주셨더랬지.

그렇게 나는 그 음식점 테이크아웃 1호가 되었다. 


지나가다 예쁜 팔찌를 팔면, 0.1초도 안되어서 생각나는 너희 얼굴.

예쁘고 맛있는 것만 보면 떠오르는 너희 얼굴

그리고 그렇게 선물을 주면 너희는 언제나 정말로 격하게 기쁨을 표현한다.


“우와~~~~~~~~~~~~~~~~~~~~~~~~~~~~~엄마 최고~~~~~~~~~~”


누가 내 선물에 이렇게 큰 표현을 해주겠니, 너희가 아니면.

너희 덕분에 내 일상에서 사라져서 너무 아쉬웠던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맛있는 음식, 예쁜 선물’이라는 삶의 재미가 다시 생겨났다.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 않고 제일 먼저 선물하고 싶은 사람.


그게 바로 너희다.

그런 나의 선물을 반갑게 받아주는 너희가 있어서 내가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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