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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연주리 Aug 29. 2019

귀찮은 일을 매우 즐겁게 해주는 너희가 있어서 좋다

배달 온 우유를 현관문 열고 꺼내는 귀찮은 일을 즐겁게 해줘서 고맙다

우리집은 매주 월요일 수요일 우유를 배달받는데, 그걸 내가 자꾸 까먹고 안꺼내서 집에 우유는 없고, 

밖에 현관문에 달린 배달주머니 안의 우유는 썩어버리곤 했다. 그래서 지성이가 요일 개념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우유를 냉장고로 배달하는 책임을 완전히 일임하였다.


"지성아! 월요일 수요일 아침에는 우유를 꼭 가지고 와서 냉장고로 배달해야 해. 지성이가 배달을 제대로 안하게 되면 저번에 기억나지… 우리 상한 우유 먹고 다 설사했잖아… 지성이 배아파서 막 울고.. 채윤이 자다 일어나서 울면서 똥싼 거... 엄마는 너희랑 말하다가 계속 화장실 들락날락 거리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그러니까 우유 상하지 않게 지성이가 책임지고 월요일 수요일은 우유를 딱 냉장고에 넣어주세요! 할 수 있지요?"


지성이는 나의 부탁을 잘 들어주고 있다. 수요일인 오늘도 아침에 지성이가 현관문에 걸린 우유를 꺼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하하하 예쁜 자식! 더욱 재미있는 것은 채윤이는 아직 요일 개념이 없지만 지성이가 우유를 꺼내들면 맨발로 막 현관문을 따라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선 기분 좋은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엔 내가 꺼낼게 저번에 오빠가 꺼냈잖아. 오늘은 내 차례야."

"아니야, 이건 엄마가 나한테 맡긴 일이야."


하하하 그래그래 싸워라 싸워라! 이런 싸움은 좋으다 좋으다. 너희 덕분에 월요일 수요일 우유 꺼내는 거 엄마 까먹어도 되니 이 얼마나 마음 편한 일이니. 아빠가 우유 썩은 거 볼 때마다 엄마한테 엄청 잔소리했는데 이제 너희가 이렇게 부지런히 우유를 꺼내주니 너무 좋다.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잔소리 듣는 거거든 그것도 남편한테 듣는 잔소리는 정말 최악이야. 잔소리하면 아빠에 대한 사랑이 갑자기 싹 사라지거든 정말 마법과도 같은 힘이야. 그렇게 사랑하는 내 남편인데 잔소리하면 바로 사랑이 없어져버려. 매직~!


얘들아! 엄마 잔소리 안들을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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