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샤인 연주리 Aug 30. 2019

제임스 골웨이의 플룻소리보다 아름다운 너의 심장소리

심장소리마저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나의 아들아, 고맙다

제임스 골웨이의 플룻소리보다 아름다운 너의 심장소리


내가 너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네가 나에게 찾아온지 10주 정도 지나서였던 것 같다.

산부인과에 갔더니 뱃속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두두 두두 두두 두두 하는 너의 심장소리를 내게 들려주었다.

솔직히 그때에는 너랑 함께한 시간이 짧아서 정이 안들어서인지,

네 심장소리를 듣고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건강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 외에는.


그런데 만5세 하고 딱 한달이 지난 오늘,

막 잠이 든 너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네 얼굴 옆에 가져다 대보았다.

너의 부드러운 피부와 머리카락을 느끼고 싶어서였겠지. 이유는 나도 몰라 그냥 갖다댔어.

너의 어깨와 얼굴 사이가 너무 좁아서 내가 원하는 위치에 내 머리를 내려놓을 수가 없어서

너의 턱과 몸 사이에 머리를 가져갔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이게 심장소리인가? 생각하며 귀를 네 심장이 있을 법한 위치로 가져갔다.


두두 두두 두두 두두 일정한 간격을 가진 채, 힘차게, 박력있게 뛰고 있는 너의 심장.

두두 두두 두두 두두 나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계속 들었다.

두두 두두 두두 두두 무언가에 홀린 듯 너의 심장소리를 몇 번이고 더 들었다.



네가 숨을 쉬고 있어서,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주고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세상에서 무슨 소리가 제일 좋냐고 물으면 예전에는 아주 고상하게 대답했지.

아름다운 플룻 연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영국 국왕에게 기사 작위까지 받은

“제임스 골웨이의 플루트 소리”라고. 

플룻에 빠졌을 때에는 돈 모으면 제임스 골웨이 콘서트를 보러갈거라고 그게 영국이든, 미국이든

그의 플룻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어디든 갈거라고 우아하게 소리쳤었지.

그리고 자랑스럽게 내가 사모은 제임스 골웨이의 음반과 내가 따라 연주하던 그의 음악이야기를 했더랬지.


하지만 이제 제임스 골웨이가 왠말이야.

VIP 초대를 받아도 음악회에 갈 수 없는 널 놓아두고 혼자 유럽으로 훌쩍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누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소리가 모냐고 물으면 나의 대답을 짐작할 수 있겠지.


바로 오늘 들은 너의 심장소리다.


두두 두두 두두 두두


내가 살아있는 시간 동안에 늘 듣고 싶은 소리.

늘 평생 그렇게 멋진 소리를 내면서 뛰고 있으면 좋겠을 그 소리.

언제 들어도 그렇게 씩씩하게 뛰고 있으면 좋을 그 소리.

네 심장의 단순한 소리와 박자가 나에게 이렇게 큰 감동을 주고, 나를 울릴 수 있다니.

너는 정말 심장까지도 대단하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비싼 고구마 먹을 수 있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