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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연주리 Oct 07. 2019

맛있는 걸 보면 떠오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서 설레는 하루하루

지금의 남편과 한창 연애 중일 때,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기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꼭 기억했다가 주말에 꼭 남편을 데리고 갔다.

그곳이 아무리 멀고 비싸도 내가 느꼈던 맛있고 행복했던 기억을 공유하고 싶어서

지나가다가 예쁜 남자 핸드로션이 보이면 선물하고 싶어서 아무 날도 아닌데

선물포장을 예쁘게 해서 선물을 했다.


한 번은 2천 원짜리 귀여운 핸드로션을 사들고 남편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갔는데,

근처에 백화점이 있어서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백화점 포장점에 달려들어가 난생처음

"이거 예쁘게 선물 포장해주세요."

라고 했다가 만 오천 원의 포장비를 냈었지.


하하하하 그래...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선물이 몰라보게 고급지게 변신 포장한 것을 보면서

남편이 이걸 받고 얼마나 좋아할까 라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선물을 준비하는 내 마음이 더 행복했던 시간.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그러한 작은 설렘들이 사라졌다. 집에 이미 다 있는데 뭘 또 사냐라는 생각 때문일까. 잡은 물고기는 더 이상 모이를 안 주게 되는 습성일까. 예쁘고 맛있는 것을 보고 나서 느끼는 설렘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살아있는 사랑

만질 수 있는 사랑

반응하는 사랑

냄새 맡을 수 있는 사랑

전화 통화할 수 있는 사랑

먹고 마시고 웃고 화내는 사랑

뽀뽀할 수 있는 사랑'


-'설렘' 한차현의 '네게도 그런' 에서 발췌-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인데, 결혼을 하니 많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 예쁜 걸 봐도 예전만큼 사지 않고, 좋은 걸 봐도 예전만큼 전화를 걸지 않고, 남편이 예뻐보여도 예전만큼 냄새를 킁킁 맡거나 뽀뽀를 쭈우욱 하지 않는다.


그런데 너희들이 태어나고 나의 그 설렘이 다시 더 세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사에서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해외출장 다녀왔다고 고급초콜릿을 나누어 주면 초콜릿을 좋아하는 너희생각에 남들은  밋있다며 받은자리에서 바로 입으로 쏙쏙 집어넣고  쩝쩝먹을 때 나는 먹지 않고 가방에 넣어왔다가 너희를 만나자마자 짜잔~하고 선물한다.  한술 더 떠서 거기에 내가 리본을 만들어 예쁘게 붙이기도 하지. 너희들 기쁨의 크기를 더 키우고 싶어서. 한 번은 여름에 티슈에 초콜릿 넣어왔다가 몇 안되는 나의 맹품가방안이 난리가났다지..  너희는 초콜릿 선물 내놓으라고 난리가 났고...


처음 가보는 만두전골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무 맛있어서 테이크아웃하려고 하니 음식 포장이 안된다더라. 그래서 다음날 도시락 통을 들고 가서 “여기에 담아주세요. 너무 맛있어서 아이들 주려고요.”라고 말했지.

사장님은 아이들 준단 이야기에 정말 듬뿍 담아주셨다. 그렇게 나는 그 음식점 테이크아웃 1호가 되었지.


지나가다 예쁜 팔찌를 팔면, 0.1초도 안되어서 생각나는 너희 얼굴. 예쁘고 맛난 것만 보면 늘 너희가 떠오른다. 예쁜 카페를 발견하면 남편이  아니라 너희와 함께 올 계획을 먼저 세운다.  그리고 그렇게 선물을 주면, 예쁜 카페에 데려오면 너희는 언제나 정말로 격하게 기쁨을 표현한다.


“우와~~~~~~~~~~~~~~~~~~~~~~~~”


누가 내 선물에 내 마음에 이렇게 큰 표현을 해주겠니, 너희가 아니면.

너희 덕분에 내 일상에서 사라져서 너무 아쉬웠던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맛있고 예쁜 선물’이라는 삶의 재미가 다시 생겨났다.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제일 먼저 선물하고 싶은 사람.


그게 바로 너희다.

그런 나의 마음과 선물을 반갑게 받아주는 너희가 있어서 내가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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