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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연주리 Sep 09. 2019

비싼 고구마 먹을 수 있는 사람

남편 눈치안보고 고구마 마음 껏 먹는다 야호~~

비싼 고구마를 제철이 아닐 때에도 용기1만 내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고구마를 샀다.
고구마 사랑의 역사는 참 오래되었는데 채윤이가 태어나고부터 나의 고구마사랑은 더욱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돌도 안된 어린 녀석이 먹성이 너무 좋아서 분유를 200ml 먹고도 배고파서 우는데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고구마가 아이에게 먹이기 좋다는 생각에 다다랐고
그날 고구마를 쪄서 채윤이에게 주었다.

오호라 이녀석 인생에서 처음 먹는 음식인데도 무척이나 잘먹었다.
말을 하기 시작할 무렵 '엄마,아빠' 다음으로 한 말이 고구마의 앞글자인 '고'였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가 다 나고 두돌 세돌이 지난 지금도 이 아이는 고구마를 여전히 좋아한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알겠지만 고구마는 제철인 한두달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쎈 편이다. 그래서 나도 고구마를 좋아하지만 제철에만 사먹고 나머지 계절에는 잘 먹지 못했다? 잘 먹지 않았다? 하하
이러니까 내가 못 먹고 삐쩍 마른 사람같은데 절대 그런 것은 아니고 다만 제철에 나는 음식이 싸고 영양소도 풍부하니까 고구마를 구매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마음 속 이야기를 솔직히 꺼내면,

'그러니까 내가 돈을 마음껏 벌면, 마음껏이라는 게 얼마를 의미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실컷 돈을 벌면 고구마를 매일매일 마음껏 사 먹고 싶다는 소망이 있기는 하다. 하하하'
요즘 감자가 제철이라 아침마나 감자를 쪄먹었더니 아이들 반응이 시들시들하다.
나 또한 감자에게 미안하지만 이제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 똑같은 감자가 삼주전에는 그렇게 맛있었는데 지금은 빨리 남편 입으로 다 들어가 버렸음 좋겠다. 진심인지 거짓인지 알길 없는 아직도 자기는 감자가 맛있다는 남편의 말을 억지로라도 곧이곧대로 믿고 있다.


그러니 빨리 남편이 아침에 집에 남아있는 감자를 모두 소진해 버렸으면 좋으련만 남편은 그날도 감자를 2개 먹더니 수저를 놓는다. 왜 좀 더 먹지 않고...그래 우리 남편은 대식가가 아니였지. 그렇지 그렇지……그렇게 하나 두개 소비하며 드디어 어제 감자 아침이 끝났고,

오늘 드디어 올 여름 첫 고구마 아침이 열렸다!

아침상에서 고구마를 만나는 데 어찌나 반가운지. 우와……아직은 고구마가 비싼데도 나는 용기를 내서 고구마를 결재했다.


왜냐? 남편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이 고구마를 무진장 사랑하니까, 이제는 용기를 조금만 내면 고구마를 살 수 있다.

너희들이 없던 시절에는 고구마가 먹고 싶어도, 비싸면 괜히 남편 눈치가 보여서 장바구니에 담지 못했는데,
(1) 너희가 뱃속에 있던 시절 고구마를 사려면 용기가 7정도 필요했다.
(2) 지성이가 나오고 채윤이가 나오면서는 용기가 5정도 있어야 했다.
(3) 채윤이가 돌즈음 되었을 때 나 이상으로 고구마를 사랑하는 사실을 알게되면서는 용기를 1만 내도 고구마를 구입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내가 고구마가 제철이 아닌 계절에도 고구마를 막막막 살 수 있다니! 채윤아 네 덕분에 나도 고구마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하하하하하하
그런데 작은 고백을 이 글을 빌어서 할게. 참회의 글이랄까. 오늘 아침에 네 접시에 있는 고구마 말이야. 두개 남아있던 거. 그거 너가 오빠랑 장난 칠 때 내가 하나 내 접시로 가져왔다. 그게 마지막 고구마였다는 걸 네가 알면 평소 엄마 맛있는 거 잘 주는 너이지만 왠지 고구마 만큼은 안 줄 것 같아서 몰래 가지고 왔어.


정말 맛있더라. 하하 이래저래 고구마 실컷 먹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아! 참고로 대부분은 맛있는 음식, 맛난 부분은 엄마가 늘 너에게 양보 하고 있다는 거. 기억해줘!

고구마 보다 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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