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사는 내게, 누군가 물었다. “도대체 뭐에서 그렇게 자유롭고 싶은데?” 그 때 머릿 속에 떠오른 대답은 뭐였을까. 2, 3초 정도 숨을 죽이다 대답과 함께 따라온 생각들이 있다. 그동안 막연히 자유에 목말라하며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수없이 여행길에 올랐고, 낯선 곳에서 만난 것들로 인해 편안해졌었다. 이방인으로서 마주한 표정들이 다시 일상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식량이 되었다. 싸우는 대신 놓아버렸던 회의적인 관계들도 떠올랐다. 언젠가는 결국 끊어질 친분들. 그것이 남긴 건 아쉬움보다 이어진 동안 내 마음을 흔들었던 하염없는 회한이었다. 그것 말고도 미처 끝마치지 못하고 지나간 대화들, 침묵하거나 숨어버린 모습들이 빛번지듯 나타나고 사라졌다.
그건 모두 누구 한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누구에게서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가. 대답 그것은 바로 "나" 나였다. 삶을 괴롭게 붙들고 늘어지는 존재, 망설이게 되는 이유, 누구인지 알지만 무척이나 찾기 어려운 사람. 이렇게 알아채는 것조차 그 영향력 아래 있는 것 같은 사람. 그 순간 나도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