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머무르고 싶어서 떠났다

2018, 구속과 해방에 대하여

by enby




외롭지 않으려고 하다 보면 외로워졌다.

손을 내민다고 말을 섞는다고 살을 맞댄다고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외로움도 외롭지 않은 것도 순간이었다.

머리채를 울컥 검은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갑자기 꺼냈다

그리고 다시 집어넣었다 한다.

순간이었다.

외롭지 않은 것 외로운 것

수없이 오고 가는 중에도

언젠가는 어느 한쪽에 머물 수 있기를 바랐다.


암흑에 잠겨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늪이 사방에서 감쌀 때

생각할 수 없었다.

보송보송 산뜻한 이불과 혀 위에서 녹는 아이스크림

간지럽게 비쳐 들어오는 해와

환청이라 말하는 노랫소리를.

마치 그런 아늑함이라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막 돼먹은 사람처럼 굴었다.


다시 순백의 공기에 처박히며

그 안으로 가진 모든 것을 토하고 마실 때

헐떡이면서도 물었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건지

이제 괜찮은 거냐고 너는

다 끝난 거라는 말에

부은 얼굴을 감쌌다.

마치 이곳엘 처음 와보는 순진무구한

이방인처럼 웃었다.


말을 거는 순간 어느 쪽에 있는지

나는 알았다.

순간을 바꾸려고

혹은 거기에 조금 더 머무르려고

너를 불렀다.

차가운 손이 맞닿아

그것은 나의 그리고 너의

머리채를 잡았고

붙들고 흩트렸다.

순간의 외로움 순간의 해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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