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온에 대하여
내게는 잔잔한 수면이 있다
날아가는 새를 비추고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을 받아낸다
한가로이 나뭇잎을 옮기고
투명한 거울처럼 구름을 담는다
물결은 바람이 이는 대로
부지런한 어류의 지느러미를 따라
당기고 또 밀쳐내는 중력의 흐름으로
경계 없이 일렁이기를 무한대
부서질 일 없이 부서진다
간데 없이 사라지고
휘감아 돌더니 풀어진다
연고를 모르는 역풍이 한순간
평온을 흔들 때
가득 담은 수조처럼 찰랑이며
피와 살을 토해낼 수밖에 없는
좁은 마음을 마주친다
애써 지키던 수면은 깨어지고
힘쓴 자리에 멍이 든다
내게는 잔잔한 수면이 있다
어느새 돌아와 곁에 앉은
들릴락 말락한 호흡으로 깨닫는다
언제 다시 깨어질 것을 기다리며
오롯이 사는 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