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에 삽입된 곡 중 ‘MY FAVORITE THINGS(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라는 노래가 있다. 처음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은 한적한 숲 속 길로 이끄는 듯 신비로운 멜로디와 딱딱 들어맞는 라임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후에 문득 주목하게 된 가사에는 장미꽃 위의 빗방울, 크림색 조랑말, 바삭한 애플 스트루들과 같이 매우 소소한 것들이 담겨있었고, 누군가의 행복이자 일상일 그것이 나는 조금 부럽다 생각했었다.
때때로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다. 거듭 생각해 봐도 좋아한다는 것은,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무언가, 누군가를 마음에 받아들이고 나의 좋아하는 것으로 만드는 일은 말이다. 혹은 이렇게까지 거창할 필요없이 간단히 좋으면 그만일 수 있겠지만, 반면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생각 때문인지 내게는 좋아하는 것이 별로 많지 않다. 좋아하는 것이 별로 없으니 결국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것이 많으면 어떨까? 사방을 둘러보면 좋아하는 것이 여기, 또 저기, 온통 좋아하는 것 투성이라면 더 행복할까. 확실한 것은 적어도 좋아하는 무언가가 많은 사람은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한 줌 더 웃게 되고 한마디 더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행복이 좋아하는 것의 수에 비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좋아하는 것이 단 하나이더라도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애정이 된다. 단순히 감정으로서 괜찮고 나쁘지 않은 것만을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의 면면을 살뜰히 알고 오랫동안 지켜보며 함께하겠다는 일종의 맹세.
세상의 감정은 전보다 가벼워졌고 시시각각 변한다. 그때는 좋았으나, 지금은 좋지 않다고 손바닥 뒤집듯 말하면 그걸로 그만이 되곤 한다. 좋아하는 일도 싫어하는 일도 철저히 자신의 것이 되었다. 내 맘이지, 이 말대로. 그렇지만, 나는 생각한다. 한 때 좋아하다 싫증 내 잊힌 그것들을. 보이지 않는 마음 구석에서 영영 사라지지 못하고 흰 천을 뒤집어쓴 채 다시 언젠가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기억의 뒤편.
그럼에도 여전히 좋아하는 게 많다는 건 참 부러운 일이다. 후렴구의 가사처럼 기분이 우울할 때 떠올리면 금세 괜찮아지는 마법. 삶 속에서 불가피한 어둠의 순간마다 벗어날 힘을 비축하는 일종의 필살기랄까. 내게도 그런 것이 얼마쯤 있다. 더불어 몇 안 되는 그것들을 더는 마음 구석으로 보내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리라는 의지도.
오래 좋아하다.
감정뿐만 아니라 맹세와 의지가 담긴 말. 오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