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2018, 사는 것에 대하여

by enby


산책



생경하게도 괜찮은 바람

작은 꽃망울이 터졌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

공기의 보드라운 살결도

이름 모를 계절의 뜻이다



새 밝아지고

자박자박 마른 소리를 내며 걸었다

어둔곳의 냄새가 잰걸음으로 달아난다


새벽을 막아서는 시야로

숨은 안개길을 찾아

숨 쉴 때마다 가슴이 식어 나간다

맞닿은 빛과 어둠의 모서리가

연약자의 눈먼 시간에서 만난다


빛이 소금처럼 떨어져

마르는 잎사귀와 눈가에

몸을 세우라 떠미는 기척이 있다

구석을 헤집어낸 문턱으로

곁에 키운 풀을 밟아보라고


해는 섰고

살아 간다

생애 오후 선물인 가슴에 안겨

새벽녘 내쉬던 밭은 숨을

아깝다 여기지 않게 한다



고적한 날들로

몸을 세우고 기다리는

산책에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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