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Epilogue
모두가 노래하던 여수였다.
사진만으로 낭만이 생생한 곳.
그래서 나는 느지막이 찾게 된 걸까.
왁자지껄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는 작게나마 쓸쓸해지는 게 혼자 여행이기 때문에.
글 쓰는 이에겐 이 또한 재산이다 여기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감정은 그리로 향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여름 여행은 휴양과 동시에 작정하고 쓸쓸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
최근까지 사계절 여행객으로 붐비는 여수지만,
이어진 폭염, 8월 말 태풍 예보에 성수기도 비껴난 터라 살짝 근거 없는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무엇보다 이번엔 꼭 가야 할 것만 같았다. 만인의 바다인 여수를 만나러.
니 처지에 커플 천국인 여수를?
웬만해선 혼자 밥 먹기 힘들 텐데...
주변에서 공포스러운 예고를 선사해준 덕분에 평소보다 조금 긴장했다.
그래도 떠나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
(설레서 뒤척이다 늦잠 자는 아이러니도...)
남쪽으로, 남쪽으로
달리는 동안 눈을 감아도 도무지 잠들지 못하는 몇 시간.
일정을 위해서라면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야 하는데 생각처럼 안됐다.
마침내 기다리던 종착지.
먼저 수심이 깊고 짙은 바다색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자란 동해안의 물빛과도 닮았다.
쉽게 속을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무뚝뚝한 바다 덕분에 첫인상이 낯설지 않았다.
중심가인 돌산대교, 이순신광장, 오동도 일대는 역시 바다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매일 바다로 나가 삶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잡은 생선을 들여와 곳곳으로 보내고 또 진열하고 파는 손길과 그 생선으로 상을 차리고 아이들을 먹이는 이들에겐 일상의 터전이다.
다행히 하릴없이 돌아다니기에 그리 붐비지 않았다.
사람이 많을 것 같은 낭만포차, 만성리 해변이나 소문난 맛집 및 카페를 가지 않기도 했지만,
여수가 꽤 넓은 도시인 까닭도 있다. 중심지를 빼면 대부분 버스로 30분 이상 이동해야 한다.
여수 남단에 있는 향일암 역시 차로 1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 그래도 대중교통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솔직히 여수는 볼거리가 아주 많은 곳은 아니었다.
면적은 넓지만, 명소라 할만한 볼거리는 소도시 정도에 불과하다.
여행 중 들은 조언 중에 가장 정답이다 싶었던 게
여수에서 이제 더 이상 할 게 없다 싶으면? 가본 곳을 또 가면 된다고^^
그래서 더 특별했다. 처음과 끝이 모두 바다,
탁 트인 낮, 반짝이는 밤 온통 이렇게 바다인 곳도 드물테니까.
반도 지형의 여수에서는 바다가 가까운 것을 넘어 곳곳이 바다로 들어차 있다.
물리적으로도 마음으로도 빈틈 없이 삶을 꼭꼭 채운다.
이는 2018 여름 나의 여수 여행에 관한 마지막 글이다.
여수에서 바다와 나를 마주하며 쓸쓸함과 동시에 낭만, 온기를 느꼈고,
어김없이 달의 위로를 얻었다.
반짝이는 파도와 불빛 앞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지나간 추억과 다가갈 꿈을,
또다시 찾게 될 다음을 떠올렸을 수많은 소망이 녹아있는 곳
오로지 바다의 도시,
바다를 소망하는 모든 이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