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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by Feb 08. 2019

coulda soulda

2019, 후회하지 않길 바라며



매일 예기치 않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소식을 접하면서도 하루하루가 지나는 것에 이토록 둔감한 것은 어찌할 수가 없나 보다. 누군가 사무치게 소망하는 것을 다른 누군가는 태무심 여기는 일이 비단 생의 기로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알면서도 허비하고 어리석게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도 안일하게 창가에 앉아 남은 날을 생각한다. 50년일지 10년일지 모를, 그러나 끊임없이 재단하고 재단한 그 시간을 내 것이라 여기며. 우선 새로운 해가 밝았으니 자연스레 희망하는 것들을 떠올린다. 아침은 하도 자주 찾아와 무뎌져 버렸지만, 매해 첫 달은 그나마 무딘 마음도 일으켜 세워준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이 넘쳐나 떠오를 때마다 주욱 적어 내리곤 했다. 학교 다닐 때 수첩을 보면 웃음 나는 메모로 빼곡하다. 주말에는 서른한 가지 아이스크림 중에 좋아하는 맛 사 먹기, 누구 생일 선물로 찜해뒀던 목도리 사러 가기, 소풍 때 입을 옷 생각하기. 별 것 아닌 일에 마음이 설렜던 시절.


이제는 하고 싶은 게 있냐고 물으면 전처럼 퍼뜩 떠오르지 않는다. 한참만에 떠올린다 한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나쁠 것은 없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일이 삶의 낙이었던 반면, 지금 조금 달라졌을 뿐.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됐고, 살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들도 큰 반감 없이 받아들인다. 누리는 만큼 부담하고, 즐기는 만큼 책임지는 삶.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진짜 내 삶이 된 것을 실감한다.


그래서 해를 시작하며 삶을 두드리는 것을 찾아보니 아마도 그것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 있다. 무수히 펼쳐진 별들 중에 하고 싶은 것을 찾다 현기증이 일던 20대는 지나고.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면서도 바뀐 앞자리는 어쩔 수 없이 크던 작던 추 하나를 마음에 얹어 놓았나 보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는 걸 보면.


세상은 여전히 한눈에 들어오는 세계지도처럼 두 팔을 벌리고 있다. 그 앞에서 시간은 차고 넘친 듯 보이지만 모래시계의 하단부는 점점 무거워진다. 그러니 삶이 닫히기 전이라도 어떤 별은 어느새 빛을 다할지 모를 일이다. 어느 때보다 그것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고 간절해진다. 언젠가 운석이 되어 사라져도 마음이 조금 덜 먹먹하길 바라며. 나날이 나도 나 아닌 것에 많이 기대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왠지 모르게 하루하루 느끼는 바가 많은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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