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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리 Mar 18. 2019

대치하는 기분들

2019, 감정에 대하여



사랑은 진실이야

진실한 것은 사랑이지


사랑은 느껴지는 것

느껴지는 게 사랑이지


사랑은 원하는 것

사랑받기 위해.


-John, LOVE



두 글자를 떠올려 나는 또 저 먼 검은 우주 속으로 이미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 옛날 누군가 내게 보여주었던 사랑의 초상을 다시 떠올렸을 때 알게 됐다

큰 잔 가득 너에게 따라주었던 따뜻한 차와 그걸 마시는 너를 바라보던 내가

애정 없이는 부를 수 없는 그 노래를 부르는 나를 가만히 듣기 좋아하던 너를

늘 차갑고 젖어있는 손을 아무렇지 않게 잡아주던 따뜻한 손 그리고 가슴과

알면서도 용감하질 못해 너를 다시 너를 지독히도 붙들었던 작은 내 마음과

끝내 마침표를 찍을 때조차 진짜의 나를 알지 못했을 깊은 우물 같은 눈동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깨달아야만 할 일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니 알게 됐다

지금껏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음을 누구 하나 진정 사랑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태초에 해가 내리쬐는 곳에서 다리를 벌리고 누운 여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계절이 선사한 안락 속에 또다시 태어나 잠을 청하는 한낱 먼지 같은 감정

그러나 사방으로 창연히 사라져 갈 기억의 깜빡임 열정이라 불리는 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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