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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리 Jul 02. 2019

꽃이 피었다

2019, 추억에 대하여


한 이야기를 알고 있어

꽃 한 송이가 피고 지는 시간에 관한

반짝임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야

두 사람은 어떤 꽃잎이 나올지 모른 채

수줍은 그것 앞에서 마음을 나눴어

뜨거운 태양 서늘한 새벽 공기를 거쳐

값싼 포도주 향이 풍기는 흙길을 따라

스무 개의 손가락이 하나 또 하나

펼치고 엉키듯 입을 벌린 것은

꽃이었어 정말

믿을 수없을 정도로 매혹을 지닌

붉은 듯 노랗고 검은 듯 눈부셨지

휘몰아치는 불꽃같이

삼키고 토해내고

감싸 안다 또 놓아버리는

파도처럼 일렁이면서

하지만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부터야

언제나 그렇지

영원하지 않을 걸 알아서

밤은 매일 길었고

어둠이 수없이 지나는 동안 꽃은 서서히

작은 줄기가 되었어

언젠가 피었을 거라 짐작할

조용한 울림만 남아서

잘있어

시간이 헛되었다 말하지 않기 위해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유쾌하게

이 날들 앞에

아마 넌 기억 안 할지도

꽃은 언젠가 피었을 거야

그리고 어디선가 다시

그렇게 되겠지만

아마 다를 거야

아주 똑같은 이야기는 없으니까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날의 마지막과

같지 않을 뜨거움

색채 그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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