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열기가 뜨겁다. 가족회사의 대주주 조현민이 열어놓은 화수분에서 쏟아진 미움과 증오는 권세에 대한 우리의 아주 작은 믿음마저 깨뜨려버렸다.
“너의 아빠는 비행기를 몰고 유럽으로 가다가 하늘로 너무 높이 올라가는 바람에 별에 걸리고 말았단다.” - Just Like Heaven by Mark Levy
아들이 세 살 때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않는 아빠(파일럿)에 대한 엄마(시인)의 넋두리가 풀려나는 순간, 나는 기어코 털어놓는 엄마의 속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하고, 고개 숙인 체 들었음에 틀림없었을 아들의 침묵을 따라해 보기도 하면서 한동안 그 모녀를 애틋한 내 마음 안에 두르고 있었다. 기억 저 너머, 먼지가 뽀얗게 싸옇던 그 엄마와 아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슬픔과 함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읽고 쓴 "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에서 나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조현아를 언급하며("Vae victis! 지는 자는 비참하다!)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태도를희망했었다. 그러나 대한항공 대주주 가족은 정말로 너무 높이 올라간 바람에 달과 별에 걸려 넘어졌고, 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상으로는 고이 내려올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달과 별에 걸려 허우적대는 걸 본 누군가가 흔들어 주었을 때에야 비로소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조현민과 그의 언니 조현아가 원하면 언제든지 달과 별을 정류장 삼았을 수도 있었다는, 그래서 내 마음속 달과 별에도 오점을 남겼을지도 모른다는 불쾌함을 떨칠 수가 없다.
내가 단지 가족과 맺은 관계 때문에 더 사랑받고, 더 미움받는 존재라면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사랑은 거품이고 미움은 염전에 널린 소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