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과일

by 알레프


회사 불빛 뒤로 하고

익숙한 골목 발걸음

엄마가 좋아하는 그 향기

꺼내 들고 집에 들어와


현관 불 쓱 켜지면

구겨진 셔츠 숨을 쉬어

말 대신 봉지 살짝 열어

식탁 한가운데 올려놔


아들의 선물

말보다 먼저 전해진 마음

껍질을 벗기듯 천천히

하루의 피로가 풀려가

긴 말은 없어도

서로를 향해 따뜻해져

식탁 위 작게 놓인 마음

방 안까지 번져와


문 살짝 닫고 누워서

핸드폰만 멍하니 보다가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에

가슴이 먼저 알아봐


부엌 불빛 새어 나오고

접시 부딪히는 작은 소리

누가 사 왔는지 뻔히 알며

살며시 문 앞에 선 사람


똑똑

문밖에서

“아들아

고마워” 한마디

대답은 못 해도 웃음이

베개 속에서 새어 나와


그 한마디면 충분해

오늘도 버틸 이유가 돼

과일 한 접시 사이로

서로의 하루가 포개져




이 시는 노래로도 이어집니다.
듣기: YouTube 링크​

https://youtube.com/shorts/Yq8k27NBVdM?si=3dfbYWogDjilm_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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