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들꽃영화상(극영화 감독상) / 23회 판타지아 영화제(베스트 데뷔상 특별언급) / 14회 오사카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대상) / 44회 서울독립영화제(관객상) / 23회 부산국제영화제(올해의 배우상, 시민 평론가상, KBS독립영화상, CGV 아트하우스상)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오사카 아시안 영화제, 뮌헨 국제영화제, 뉴욕 아시아 영화제 등 초청
국가인권위원회 열네 번째 인권 영화 프로젝트
** 줄거리 및 결말 스포 다수
- 발단
주인공 윤영은 간호사로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이 병원 한가운데 있는 것을 보고 사진의 당사자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애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아니더라도 혹여나 실수를 한 것은 아닐지 고민하지 않을까. 이는 합리적이면서 불안에 휩싸이게 되는 자연스러운 이치인 것 같다.
- 전개
사람들은 또한 정작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에 대해 관심은 드물다. 성관계를 한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눈다.
이것을 깊게 들여다보면 사회 이슈에 관해 정곡을 툭 찌른다. 매우 모순적이고 남을 헐뜯기 좋아하는 전반적인 우리 사회를 인상 깊게 풍자한 것 같다. 2018년도부터 이슈되어 표면 위로 올라온 미투 운동이 고스란히 비춰지기도.
사진을 침해한 찍은 사람은 안 궁금해하고, 오직 찍힌 사람들만 궁금해했어요.
미투 운동은 폭행을 주체한 당사자들보다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에게만 손가락질을 행하는 대중으로 인해 고발하기를 두려워하는 피해자를 연대하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다. 대중들로 인해 정작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이를 주최한 당사자인 가해자에 대한 관심은 가라앉는다. 즉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에 대한 관심은 금방 사라져 버리기 마련이다. 그에 반해 피해자들에게는 따가운 눈길을 보내며 한순간의 잘못을 비방하는 채찍을 휘두른다. 우리 사회는 이 같은 부조화를 하루빨리 막도록 힘써야 한다고 본다.
- 절정
영화 후반부에서는 갑작스럽게 싱크홀이 생겨난다. 앞서 주인공 윤영에게는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가 찾아와 그에게 맞은 적이 있다며 고발을 한다. 윤영은 계속 그를 의심과 추궁의 경지에 이른다. 그 후 공사판에서 여자를 때린 적이 있냐고 묻는 동료의 대답에 윤영의 남자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 태연하게 전 여자 친구를 때린 적이 있다고 대답한다.
곧이어 남자친구는 싱크홀에서 추락한다. 영화의 연출은 때린 이유에 관해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싱크홀에 떨어트리는 연출로 잘못을 꾸짖는다.
어쩌면 열린 결말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데이트 폭력과 불법 촬영 등 많은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폭행을 행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각종 사회문제가 대두될수록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언제나 한 끗 차이의 변화 없이 강하게 작용해야한다. 폭력의 전조가 보이지 않아도 과거에는 가해자였을 수 있을 수도 있다. 또한 믿음의 데이터조차 분명하지 않을 땐 피해자의 말을 듣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만약 피해자가 변명을 한다 해도 말이다.
그게 지금 생각해 보면 나 혼자 생각하고 막 부풀렸던 것 같아. 너도 혹시 뭔가를 부풀리고 있다고 생각되면 혹은 생각하면 엄청 큰 바늘로 찔러주고 싶다. 안 아프게.
- 결말
스스럼없이 의심하고 추궁하게 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영화에서는 말하는 것 같다.
사람의 두려움의 근원은 상상력이며, 현실은 언제나 상상 이상이기에 두려움을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진실을 밝히려 추측을 하고 사실을 찾으러 의심을 할 때마다 자연스레 반복되는 구덩이에 빠지기 마련일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남자 친구에 대한 의심에 구덩이에 빠지는 걸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우리의 두려움은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
구덩이에 빠졌을 때 해야 할 일은 바로 남자 친구가 전 여자 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행했다는 청천벽력을 듣더라도 앞선 판단은 금물, 이성적으로 사고하며 계속될 비극을 피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당황하며 진실을 밝히려 추측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망상에 이르기보다는 타인의 도움을 빌려 진짜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찾아가는 것이 지녀야 할 태도인 것이라고.
영화는 마리아 사랑병원에서 환자가 키우는 메기의 시선으로 내레이션을 통해 사건이 흘러간다.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메기`를 언급하지 않고선 넘어갈 수가 없을 것이다.
- 제목 선정 동기
이옥섭 감독님은 인터뷰를 통해 화자를 메기로 설정한 이유는 예민하고 사람이 예측하지 못하는 것을 메기는 해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메기와 함께 라면 주인공 윤영이는 어떤 일도 겪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영화에서 위험한 일이 있을 때마다 메기는 활짝 튀어 오르면서 시청자들에게 전조증상을 미리 암시한다.
사실은 언제나 사실과 연관된 사람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만들어져요
일본에서 실시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기가 난폭하게 움직이고 난 후에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80%나 된다고 한다. 메기는 큰 재양인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게 아닐까 싶다.
더불어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한 삶에서 메기처럼 미리 위험을 감지해 주는 존재가 있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 영화의 프로듀서
영화 <메기>는 감독인 이옥섭 감독과 연인 관계인 구교환 배우님과의 제작. 각본. 편집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각자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만든 ‘2X9 HD’라는 이름의 영화 제작사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단편 영화들을 지나 <메기>의 탄생까지 시너지 효과를 내어 거쳐온 이 둘이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가 된다. (유튜브 채널 링크 https://www.youtube.com/user/gookyo8 )
청년 실업과 믿음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토리로 일련의 사건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독특한 미장센과 함께 풀어나간다. 문득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풍자하여 도태된 이 시대 청년들의 삶을 나타내는 이옥섭 영화감독의 독특한 작품 세계에 더욱더 빠져들고 싶어지기도.
만약 의심의 구덩이에 빠져 계속 구덩이를 파게 된다면 빠져나오기는 매우 힘들며 정신을 잃고 자칫하다 구덩이 안에 갇히지 않을까 싶다. 지름길을 찾으려고 갈팡질팡하다 결국 길을 헤매게 되는 것처럼 구덩이 안에 갇히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예측 불가능이다.
- 다른 영화에 빗대기
<비바리움>에서 낯선 세계인 ‘욘더’에 떨어진 후 남자 주인공은 우연히 담배꽁초를 던진 자리가 움푹 파이는 것을 보고서 할 일 없이 삽으로 땅을 파게 된다. 몇 날 며칠을 그렇게 지새우다가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을 만큼의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어낸다. 그는 결국 마지막 무렵에 이르러 정신을 잃고 그 안에서 사망하게 된다. 마치 본인의 무덤을 지은 꼴이 된 샘이다.
의심의 구덩이가 점점 커져갈수록 그 속에서 본인이 깔려 도태되기 수월해지기 마련인 것 같다. 수많은 정보들을 보고 듣고 생각하면서 이때 가장 중요히 여겨야 하는 자세 중 하나는 의심이 들 때마다 언제나 성급히 구덩이를 빠져나오는 것이 우선이다. 그 후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인 믿음의 실마리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 고대 철학을 인용
플라톤의 ‘향연’에서는 태초에 한 덩어리였던 인간이 둘로 나뉘어 각각 자신의 또 다른 반쪽을 갈망하며 그것과의 합일을 끊임없이 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원하지 않는 법이다”
어쩌면 우리가 계속 의심하고 불안 속에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로 외로움과 여운을 느끼는 관계의 허무를 경험하고 반복하기 때문은 아닐까?
영화는 '메기'를 화자로 설정하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의심 속 믿음에 관한 고찰 이야기를 풀어간다. 불법 촬영에 관해 다각도로 생각해 만드는 초반부는 이목을 끌어 마땅하다. 이와 같이 사건의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갈팡질팡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메기>를 통해 구덩이에서 재빨리 벗어 나와 불신 속에서의 대응 방법을 찾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조금이나마 믿음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이 가꿔지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