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미드 <빨간 머리 앤>, 불꽃을 품은 마음 리뷰

Anne with an E, a flame-bearing heart

by sign of life

<브레이킹 배드> 로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작가이자 프로듀서 모이라 월리-베킷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

2017~2020년 CBC와 넷플릭스를 통해 3개의 시즌을 공개하였다.

ACTRA Toronto Award, Canadian Screen Award 등에서 최고의 배우, 드라마, 각본 등 24개의 상을 수상하며 5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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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은 앤 셜리의 성장 서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페미니즘, 성차별, 유색인종 등의 다양한 이슈들을 첨가해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 점을 집중적으로 리뷰하려고 한다. 기존의 루시 몽고메리의 소설과는 달리 소수자들의 연대를 노래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명대사와 따뜻한 연출, 선량한 사람들이 겪는 아름다운 서사로 버무려진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치유를 선사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가치를 담았다.


드라마는 커스버드 남매와 고아가 가족이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려 나간다. 내용 초반부, 보육원 아이들의 아동 학대의 비참한 현실을 앤의 플래시몹으로 보여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자연스레 쌓게 만든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가 재치와 당당함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파하고 동화시키는 행적을 감상해 보자. 어느 순간 입가에 웃음이 스며들기 마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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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롭게 재탄생한 세기의 명작 속 캐릭터

: 세기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빨간 머리 앤>을 지금의 방식으로 어떻게 해석하였는지 보는 재미는 매우 쏠쏠할 것이다. 놀라운 재치와 특별함을 가진 소녀는 편견에 직접 맞서며 생각을 표현한다. 앤 셜리는 시대상 속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대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고쳐나가려 노력하는 성격으로 연출된다. 프로듀서들은 앤과 주변 인물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현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부여한다.


- 앤의 조력자: 단짝 친구 다이애나와 고모 조세핀 할머니

시즌2의 7화는 조세핀 할머니의 파티에 대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인물들은 이 파티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젠더 의식을 아직은 낯설게 받아들이는 다이애나와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해 나가는 콜 두 명의 인물로 시각이 갈라진다. 성 정체성과 예술에 대한 혼란을 겪는 콜은 훗날 학교를 떠나 조세핀 할머니와 가족을 형성하는 인물이다.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가치관이 맞는 친구가 되는 과정이 아름다워 보일 수도.


드라마는 캐릭터 하나하나를 생동감 있고 입체적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삶에는 무조건적인 선악은 없다는 사실을 선보인다. 극 중에서는 다채로운 성격들이 이루어져 만든 환경을 뚜렷하면서도 불편함 없이 서술한다.


- 앤의 지지자: 스테이시 선생님

적극적인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학생들 개개인에게 지혜를 심어주려고 했던 스테이시 선생님도 앤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준다. 오토바이를 타고 코르셋을 착용하지 않는 그녀의 작중 행동은 페미니즘의 선도주자로 비친다. 무엇보다 첫날부터 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로 인해 퇴출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배움을 실천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한다.



스테이시 선생님을 통해 무수한 영감을 얻으며 앤은 성장한다. 애번리를 뒤집어 놓는 글을 쓴 후에 친구들과 자율권에 관한 시위를 한다. 그리고 타지의 유색인종과 친구 관계가 되는 등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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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양한 매개체들의 향연

: <빨간 머리 앤>의 놀라운 사실을 아는가. 바로 드라마의 작가진과 촬영감독 등 대부분의 종사자들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 주도의 작품을 만들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관점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또한 각 시즌의 에피소드 제목들을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 사용하여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야기한다.



- 제인 에어의 소설과 함께한 어두웠던 나날들

'제인 에어' 속 주인공과 <빨간 머리 앤>의 앤은 고아로 자란 여성이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음은 커스버트 남매를 만나기 전 생활에서 앤의 버팀목과 탈출구가 되어준 소설 '제인 에어' 중 일부분이다.

“만일 세상이 당신을 미워하고 당신이 악하다고 믿었다면, 당신 자신의 양심이 당신을 승인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면 당신은 친구가 없을 것입니다. If all the world hated you, and believed you wicked, while your own conscience approved you, and absolved you from guilt, you would not be without friends.”


극 중 '제인 에어'는 계속해서 앤을 통해 인용되며 커스버드 남매를 만나기 전 어두웠던 생활을 짐작하게 해 주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 특히 시즌 1 초반에서 두드러지게 인용되며 앤의 버팀목과 탈출구가 되어준 글이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시즌 1 에피소드의 제목들은 ‘제인 에어’의 인용구로 쓰였을 정도니 말 다 한 셈. 더불어 시즌 2 에피소드 제목들은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여성들의 삶에 관한 메리 앤 에번스의 소설 <미들 마치>의 인용구로 구성되었다.






<빨간 머리 앤>의 인터뷰 중 제인 에어에 대한 언급



- 프랑켄슈타인 언급과 사회적 다양성에 논하기

시즌 3 도중 다이애나가 읽어보지 않았을 법한 책으로 메리 셸리의 '프랑캔슈타인'이 언급된다. <프랑켄슈타인>은 욕망에 따라 만들어 놓고 진실을 외면하는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다. 프랑켄슈타인 속의 괴물을 판단하고자 하는 대로 바라보는 것과 마을 속 구시대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앤의 모습이 겹쳐 보이게 된다. 다방면에서 촉발되는 이슈들을 모아 현실의 문제를 논하는 것에 중점을 둔 시즌 3의 내용인 만큼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 속의 문구들로 에피소드 내용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 Anne with an Equality?!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의 영어 원제는 <Anne with an E>이다. 기존의 원제 <anne of the greengable>과 다른 제목을 사용하면서 과거의 작품들에 묘사된 앤과 차별점을 두겠다는 선언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남자아이가 아니어서 실망하는 마릴라 남매에게 `여자아이는 왜 일을 못 한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말하며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녀는 당대에는 낯설었던 페미니스트적 시각을 가지고 동성애자, 흑인, 캐나다 원주민들을 보듬어 나가는 마음을 품었다. 어쩌면 <Anne with an E>의 ‘E’는 ‘Equality'(평등)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3. 색다른 방식에서 바라보는 스토리

: 전개와 사건 발달을 위해 풍성함을 돕는 미장센으로 PC요소(personal computer-정치적 올바름)의 사용으로 인해 인물과 서사에 변주를 주었다. 다방면에서 촉발되는 이슈들을 모아 현실의 문제를 논하는 것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드라마에 무수한 이야깃거리를 가져다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고 분량을 감소시키다

<빨간 머리 앤> 남주이자 앤의 영원한 짝꿍으로 기억될 길버트는 분량이 많지 않아 적은 인물로 그려냈다. 길버트는 병상의 아버님의 바람이기도 했던 것인 넓은 세계로 떠나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다양한 경험의 장을 마주하며 세바스찬이라는 흑인 친구도 사귄다. 그는 에이번리에 돌아서 인종 차별이라는 키워드를 던져 준다.

시즌 2 중간중간 거리감 없이 길버트가 향해를 하고 에이번리 너머 다른 세계를 마주하면서 겪는 수난의 스토리 라인을 풀어나간다. 생기고 공부도 잘하며 편견 없는 인물에게 또 다른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생동감을 주었다.



- 기존의 틀을 부슨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다


또한 혈연으로만 이루어진 가족이 아닌 여러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우선 마릴라와 매튜는 부부가 아닌 남매 사이이라는 사실. 마릴라-앤-매튜 / 앤-조세핀 할머니-콜 / 길버트-세바스찬 등 가시화되지 않은 형태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그 넓은 곳으로 나아가 진정한 삶의 지식을 찾는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을.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Anne with an E>를 검색해 보면 `마음에 불꽃을 품은 여자아이 앤`이라는 로그라인을 발견할 것이다. 이것만큼 뛰어나게 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슈들이 떠오르는 요즘, 21세기를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란 무엇일까. 무엇이든 간에 우리의 앤 셜리처럼 불꽃을 품은 마음을 사람들이 생겨나 아름다운 세상을 꽃피우는 날이 찾아오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마음에 환한 불꽃을 지펴준 앤에게 박수갈채을 보내며 이만 글을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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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bc.ca/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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