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롭고 즐거운 추석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곧 추석 명절입니다. 추석은 음력 팔월 보름으로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추석에 대한 고유한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현대인에게 추석의 의미는 개인마다 다르기도 할 텐데요. 어떤 분은 명절 연휴를 기회로 여행을 가거나 밀린 일을 하려는 분도 계실 거고 어떤 분은 명절이 숙제처럼 느껴지거나 가족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여기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한편 아이가 있는 가정은 추석 명절을 쇠면서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데요. 오늘은 전통문화교육의 가치를 살펴보며 명절과 관련된 그림책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교육과정에서의 전통생활문화교육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의 교육과정에서는 여러 단원을 통해 전통생활문화교육을 다루고 있습니다. 존중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에 대해 배우며 문화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죠. 조상들이 전해 온 놀이, 예절, 춤, 그림, 도자기, 음악, 한복, 한옥, 한글, 한식 등에서부터 전통사상, 예절, 생활풍습, 명절 등 전통적 생활문화와 가치관 및 세계관을 탐색하며 이것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지식, 기능, 태도 등을 기르게 하고 있습니다.
첫째, 인간발달의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인간이 발달하고 성장하는데 사회문화적인 배경은 중요한 바탕이 됩니다. 문화는 전통에 근간을 두고 있고 우리의 삶도 전통에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전통문화를 이해할 때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 잘하게 됩니다.
둘째,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됩니다. 세계화와 다문화라는 변화는 우리 삶을 급속도로 달라지게 했는데요. 전통문화를 무시한 세계화와 다문화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교육뿐만 아니라 자문화 중심적인 시각에 빠지지 않으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살려 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지혜를 발휘할 때 국가 정체성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되며 개인의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이 됩니다.
셋째, 사회적 가치관 확립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의 속도만큼이나 다양한 가치관의 혼재로 혼란스럽습니다. 전통문화의 단절 속에서 받아들여진 서구의 가치관이 때로는 바람직한 사회문화를 이끄는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한 문제는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해결의 실마리를 주고 대안을 모색하게 할 수 있습니다.
넷째, 세계 시민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됩니다. 전통생활문화교육은 우리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미화하거나 폄하,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주의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하나의 민족이나 인종에 의해 유지한 문화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 교류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편성과 특수성이 함께 공존함을 이해할 때 세계 시민성이 길러집니다.
그림책으로 명절을 경험하기
전통생활문화교육은 학교에서의 교육 외에 가정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양육자가 아이에게 생활에서 전통 예절을 가르치거나 한식이나 한옥 등 전통생활문화를 자주 접하도록 하고 박물관 견학 등의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전통생활문화를 스며들게 할 수 있습니다.
전통생활문화에 대한 책 읽기도 좋은데요. 따로 교육을 받거나 박물관을 가지 않아도 책을 통해 전통 문물을 접할 수 있고 아이의 경험과 연결하여 전통생활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고 깊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명절은 전통생활문화교육의 좋은 기회이므로 명절과 관련된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보며 명절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실제 경험을 비교해 보면 좋겠습니다.
추석을 준비하는 마음, <추석 전날 달밤에>
우리나라의 음식은 계절에 민감하여 제철음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중 많은 떡 가운데 송편은 대표적인 가을 떡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송편은 송편을 찔 때에 켜마다 솔잎을 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햅쌀로 삼각형의 작은 골무만 한 것을 빚어 햇녹두나 청태콩, 동부, 깨, 대추, 고구마, 곶감 등의 소를 넣어 둥글게 빚는 떡입니다.
이 그림책은 추석 전날 달밤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고 소원을 비는 등 추석날 온 가족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차례를 지내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한지 위에 그린 서정적인 그림은 추석맞이의 따뜻한 느낌을 더욱 살려주고 있습니다.
시 그림책으로 보는 명절, <차례>
“차례”는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일컫는데요. 이 책은 시인 김춘수의 시 “차례”에 그림을 곁들여 시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된 화자가 추석 명절 차례 상에 올린 홍시를 보고 문득 어린 시절 자신을 무척이나 아껴 주었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차례 문화에 대한 냉담한 시선이 날로 퍼지면서 전통적인 명절 분위기가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는데요. 이 책을 통해 전통적인 명절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지금의 명절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풍부한 색감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림은 차례를 지내는 가족들의 분위기를 한껏 다정하게 만들며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명절과 축제의 다채로운 모습, <특별하고 흥미로운 세계의 명절과 축제>
전 세계에는 다양한 명절과 축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마다 명절과 축제를 즐기는데요. 이 책은 아시아의 음력설부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콴자까지 다양하고도 색다른 명절과 축제에 대해 알려주는 지식 그림책입니다. 붉은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중국의 춘절, 색 가루와 물감을 뿌리는 인도의 홀리 축제, 특별한 음식과 전통을 즐기는 유대교의 유월절 등 세계의 여러 명절과 축제가 다채롭게 담겨 있습니다.
책장을 뒤에서 불빛을 비추면 그림이 나타나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었습니다. 책 맨 뒤의 “자세히 알아보아요!”에는 세계 여러 나라와 종교에서 기념하는 명절, 축제의 종류와 특징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옷은 시집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 있습니다. 추석의 풍요로움과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는 말인데요. 바쁘고 여유가 없는 일상이 대부분이더라도 이 속담처럼 추석 연휴가 풍요롭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