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신형 싼타페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반응은 영 시원치 않다. 아직 제원과 가격 등 자세한 사양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대중은 쏘렌토 페이스리프트의 승리를 예측하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디자인이다.
갤로퍼를 연상시키는 각진 보디와 픽셀 디자인으로 무장한 신형 싼타페는 나름 신선하지만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지는 못한 듯하다. 곳곳에 적용된 'H' 디자인이 무리수라는 반응도 있으나 가장 강도 높은 비난을 받은 부분은 테일램프다. 너무 낮게 배치된 나머지 후면이 밋밋해 보이며 후면 범퍼를 벗어나지 않은 방향지시등은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기까지 했다. 현대차가 굳이 이런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훨씬 낮아진 테일램프
보기 어려운 방향지시등
신형 싼타페의 테일램프는 구형 대비 확실히 아래로 내려갔다. 구형의 경우 후면 유리 아래의 현대차 로고를 중심으로 양쪽에 테일램프가, 그 아래에 싼타페 모델명 및 트림명 레터링, 번호판 등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신형은 로고 아래에 커다란 모델명 레터링, 그리고 그 아래에 테일램프가 들어가 뒤 범퍼에 거의 근접한 느낌이다. 방향지시등은 테일램프에 통합되지 않고 뒤 범퍼까지 내려갔다.
운전자 입장에서 범퍼로 내려간 후면 방향지시등은 여간 거슬리는 요소가 아니다. 차간 거리가 좁아지는 정체 구간에서는 앞 차가 방향지시등을 켜도 제때 확인하기 어려우며 옆 차로에서 끼어드는 차량의 경우에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것으로 잠깐이나마 오해할 수도 있다. 운전 시야가 높은 대형 SUV나 화물차를 운전할 경우 이런 불편을 겪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전 때문
고심 끝에 나온 최선의 위치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신형 싼타페는 공간 활용과 개방감 극대화를 위해 테일게이트 면적을 대폭 키웠다. 테일게이트 파팅 라인이 차량 후면 끝부분까지 밀려났는데, 사실상 후면부 전체가 열리는 셈이다. 이런 설계는 차박 캠핑을 비롯한 레저 활동, 부피가 큰 짐을 싣는 상황에서 이점으로 작용하지만 몇몇 특수한 경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사고나 고장 등으로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선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트렁크와 보닛을 열고 비상등을 켜야 한다. 멀리서 다가오는 차량의 눈에 미리 띄어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신형 싼타페는 테일게이트을 열면 테일램프 전체가 함께 올라가 버리는 구조인 만큼 방향지시등을 테일램프에 통합하면 트렁크가 열린 상태에서 이를 볼 수 없게 된다. 테일게이트 면적이 넓으니 방향지시등만 측면으로 빼기도 쉽지 않다. 뒤 범퍼로 방향지시등을 옮기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야간에는 충분히 잘 보여
현행법상 문제없는 위치
일각에서는 신형 싼타페의 후면 방향지시등이 일반 전구에 비해 광량이 높은 LED인 만큼 시인성 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좁은 차간 거리로 인해 뒤 범퍼가 가려지더라도 야간에는 차체에 반사되는 간접광만으로도 방향지시등 점등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간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으나 애초에 차간 거리를 적당히 띄우면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한편 법적 기준으로 승용차는 공차 상태에서 350mm~1,500mm 높이에 방향지시등이 위치해야 한다. 신형 싼타페는 이를 충족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주행 상황에서 신형 싼타페의 후면 방향지시등 위치로 인해 예기치 못한 이슈가 생길지는 출시 후까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