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UV 시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미국 시장은 패밀리 레저 수요와 SUV 선호도가 높아 각 제조사가 총력전을 펼치는 핵심 무대다. 그런 미국 시장에서,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라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차가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이후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하며 현대차를 대표하는 글로벌 전략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흥미로운 점은 팰리세이드가 현재 미국 내 생산이 아닌 전량 한국 울산공장에서 생산돼 들여오는 수입차임에도 불구하고, 관세라는 가격 핸디캡을 뛰어넘고 있다는 데 있다. 판매량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관세쯤은 감수할 정도로 매력적인 SUV라는 평가 속에 팰리세이드의 성공 비결을 살펴본다.
왜 이렇게 잘 팔릴까?
팰리세이드는 대형 패밀리 SUV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과 디자인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킨다. 전장 5미터에 달하는 차체와 넉넉한 실내 공간, 여유로운 3열 구성은 미국 소비자들의 가족 단위 이동 패턴에 딱 맞춤형 요소다. 특히 경쟁차 대비 3열 공간이 넓고, 트렁크까지 실용적인 점은 “캠핑과 여행용 패밀리카”로서 높은 만족을 준다. 게다가 두꺼운 가죽 시트, 세련된 인테리어, 수평형 대시보드 등은 가격 대비 고급스러움을 제공한다는 평을 듣는다.
또 하나의 인기 요인은 디자인이다. 최근 페이스리프트 이후 적용된 세로형 LED 주간주행등과 큼직한 캐스케이딩 그릴은 강인함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동시에 살려주며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캘리그래피 등 상위 트림은 프리미엄 SUV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미국 내에서는 “포드 익스플로러만큼 크지만 옵션은 벤츠 같다”는 소비자들의 호평 리뷰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팰리세이드만의 아이덴티티로 승부
팰리세이드의 대표적인 경쟁모델은 같은 현대차그룹 소속인 기아 텔루라이드다. 텔루라이드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팰리세이드가 수입관세를 부담하는 반면 텔루라이드는 미국산으로 분류돼 가격경쟁력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차량은 판매량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텔루라이드의 장점이 ‘미국스러운 투박하고 강인한 감성’이라면, 팰리세이드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아시아 감성’을 앞세우며 서로 다른 층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트래버스 등 전통적인 미국산 대형SUV들도 팰리세이드의 경쟁상대다. 이들과 비교하면 팰리세이드는 출력은 다소 낮지만, 승차감과 편의사양, 인테리어 완성도가 훨씬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여성 오너나 도심 주행 비중이 높은 소비자 사이에서는 미국 차보다 ‘팰리세이드가 더 세련되고 탄탄한 느낌’이라는 반응이 주류다. 결국 가족용 실내 공간이 넓고, 옵션이 풍부한 차를 찾는 소비자에게 팰리세이드는 가격 대비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게 된 셈이다.
스테디셀러를 향해서
현대 팰리세이드의 성공은 단순히 “SUV를 잘 만들었다”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관세 부과라는 불리함, 미국 생산이 아니란 약점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바로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실용성과 고급스러움, 안전 옵션, 브랜드 이미지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누적 100만 대, 미국 내 52만 대 판매 돌파는 팰리세이드가 단순한 수출차가 아니라 현대차의 글로벌 주력상품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타국에서 사랑받는 한국 SUV가 된 팰리세이드. 그 성장은 현대차 브랜드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만든 자동차”일 때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