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텅 빈 단속 카메라 박스를 마주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경고음을 울리며 “이동식 단속 구간입니다”라고 알려주지만, 실제로는 아무 장비도 설치되지 않은 공허한 박스일 뿐이다. 이런 ‘깡통’ 카메라는 단속 장비가 부족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깡통 박스 시대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제주도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단속 시스템이 시범 운영되었다. 바로 ‘탑재형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다. 이 장비는 기존의 고정형, 박스형과 달리, 암행 순찰차에 장착되어 차량이 주행하면서 실시간으로 과속 차량을 감지하고 단속하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단속 카메라”가 등장한 것이다. 경찰청은 이 장비의 전국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로 인해 앞으로는 ‘깡통 카메라’만 믿고 달리던 운전자들이 당황할 수 있다.
전국 도로 곳곳에 설치된 이동식 단속 카메라 박스. 하지만 이들 중 실제로 카메라가 들어 있는 장비는 소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비 가격이 너무 비싸고, 예산과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찰서가 보유한 이동식 단속 장비는 한두 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자주 옮겨가며 운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텅 빈 박스를 계속 설치해 두는 이유는 심리적 억제 효과 때문이다. 실제 단속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도를 줄이게 만드는 것이다. 경찰은 단속 장비의 부족한 현실 속에서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이러한 ‘가짜’ 장비를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하지만 단속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비판도 이어져 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탑재형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다. 이 장비는 고정된 장소에 설치된 카메라와는 다르게, 경찰차가 직접 도로 위를 달리며 단속을 수행한다. 차량 전방의 속도를 실시간 감지하고, 과속이 확인되면 즉시 단속 정보가 저장 및 전송된다. 기존 고정식 카메라가 단속 구간만 벗어나면 무용지물이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경찰청은 제주도에서의 시범 운영 결과를 통해, 단속 실효성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고정식 카메라 구간에서는 일시적으로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과속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새로운 방식은 운전자가 단속 여부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 상시적인 속도 준수를 유도한다. 특히 70km/h 이상 도로에서 우선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단속 장비의 위치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교통 안전 확보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으로 해석된다. 이제는 단속 박스만 보고 속도를 줄이는 ‘요령’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단속 방식의 패러다임이 ‘지정된 구간 단속’에서 ‘실시간 감시와 추적’으로 바뀌면서, 무의식적인 과속조차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제주도에서의 시범 운영이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볼 때, 전국 확대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는 단순히 ‘단속 강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교통 안전 의식을 끌어올리는 정책적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결국 운전자들은 과속이 ‘운 좋게 걸리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언제든 실시간으로 적발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는 점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 탑재형 이동식 단속 장비는 단속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결국 모든 운전자가 안전 운전이라는 원칙 아래 도로 위에 서게 만드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이제는 긴장하고,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안전한 운전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