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구간이 있다. 바로 톨게이트다. 통행료 징수라는 목적 외에도, 잘 달리던 차량이 감속·재가속을 반복해야 하는 구간이어서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톨게이트 및 영업소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523건, 이 중 사망자만 11명, 부상자는 951명에 달했다. 특히 2019년 한 해만 101건의 사고가 발생해 전년도보다 13%나 증가했다.
사고 원인을 분석해 보면 운전자의 주시 태만이 271건(51.8%)으로 가장 많았고, 졸음운전 66건, 급차로변경이나 핸들 과대 조작 등 기타 원인 64건, 과속 41건, 음주 7건 순이었다. 단거리 구간이지만 운전자가 시선을 분산할 수밖에 없는 환경, 하이패스와 일반 차로가 혼재한 구조, 차량 간 속도 차이 등이 겹쳐 사고를 유발하는 셈이다.
복잡한 환경이 만든 사고의 덫
톨게이트 사고의 절반 이상이 주시 태만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하이패스 차량은 시속 30km까지 낮추고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준수하지 않고 그냥 쌩 지나가는 차량도 많다. 이로 인해 동일 구간 내에서도 속도 차이가 최대 70km에 달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차량의 진로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차로 변경 혼동이다. 톨게이트 입구에서 차로가 하이패스와 일반 차로로 나뉘는데, 운전자가 차로를 미리 확인하지 못하면 급차선 변경을 시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후방 차량과 추돌하거나, 옆 차로와 측면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초행 운전자나 외국인 운전자는 표지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해 위험이 커진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확인됐다. 일본의 ETC(하이패스와 유사) 톨게이트에서도 급차로변경과 속도 차로 인한 사고가 전체 톨게이트 사고의 약 60%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하이패스 차로가 늘어나면서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시선 유도봉, 노면 색깔 유도선, 차로별 LED 안내판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시각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야간이나 우천 시, 안내 표지판의 시인성이 떨어져 효과가 감소한다. 해외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물리적 차단 및 유도 장치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차로 분리 구간에 경사진 진입로와 물리적 방호벽을 설치해 차로 변경 자체를 어렵게 하고, 미국 일부 주에서는 톨게이트 진입 전 1km 구간부터 차선별 안내와 감속 구간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기술적 해법은…
사고 확률을 줄이기 위해, ‘다차로 하이패스(Multi-Lane Free Flow, MLFF)’가 점차 보급되고 있다. 이는 톨게이트 차로를 완전히 없애고, 도로 상부에 설치된 센서와 카메라가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자동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차량은 달리던 속도 그대로 통과할 수 있어, 속도 차이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줄인다. 다차로 하이패스 도입 결과 사고가 평균 18%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고속도로 통행량 때문에 아직 전체 도입은 힘들지만, 나중에 모든 고속도로에 도입이 된다면 톨게이트에서 사고 났다는 말은 옛말이 될 것이다.
또한 AI 기반 교통 감시 시스템도 도입할 수 있다. 차량이 톨게이트 접근 시 차선 변경 빈도를 감지하고, 위험 운전이 감지되면 실시간으로 경고 메시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부 유럽 국가는 이 시스템을 적용한 뒤 톨게이트 사고 건수가 30% 이상 감소했다는 보고를 내놓았다.
운전자 주의와 구조 개선이 답이다
톨게이트는 그 구조상 위험 요인이 많지만, 동시에 개선 여지도 크다. 주시 태만과 차로 혼동, 속도 차는 단순히 운전자의 주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톨게이트에서 매년 반복되는 사고는 ‘조심하라’는 말로 줄어들지 않는다. 처음부터 잘 보이게 만들고, 잘못 진입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매년 수백 건의 사고와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