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을 달리던 차량 앞에 갑자기 야생동물이 튀어나오는 장면, 이 장면은 더 이상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매년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수천 건의 로드킬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야생동물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사고 발생 빈도가 급증한다.
하지만 정작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운전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차에서 내려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혹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판단이 나와 다른 사람의 생명을 동시에 위협하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법과 안전 지침이 강조하는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적합한 조치는 무엇일까
로드킬 사고 직후, 많은 운전자가 본능적으로 차에서 내려 상황을 확인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가장 위험한 행동이다. 빠르게 달리는 도로 위에서 차 밖으로 나가는 순간, 2차 사고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고속도로와 같이 차량 속도가 높은 구간에서는 더더욱 위험하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급정지 금지다. 동물이 차 앞에 나타났다고 해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뒤따르던 차량이 대응하지 못해 추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급제동보다는 핸들을 급하게 꺾지 않고, 속도를 천천히 줄이며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충돌이 발생했거나 동물이 차 앞에 나타나 위험한 상황이 예상된다면 비상등을 반드시 켜야 한다. 비상등은 뒤따르는 차량에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연쇄 사고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가능하다면 도로의 갓길로 차량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절대 차에서 멀리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로드킬 신고 방법
로드킬 사고가 발생하면, 처리 절차는 동물이 가축이나 반려동물이냐, 아니면 야생동물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축이나 반려동물일 경우, 112나 119에 신고해야 한다. 주인을 찾거나, 사체 처리를 위해 관련 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
야생동물일 경우 도로 긴급 신고(국번없이 128)로 연락하면 환경부 야생동물 보호센터와 연결된다. 이 기관은 야생동물 사체 수거와 사고 예방 활동을 담당한다. 주인이 없는 동물이라도 반드시 그냥 넘어가지 말고 신고해야 한다. 도로 위 방치된 사체는 추가 사고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보험 처리 중 억울한 부분을 입증하자
로드킬 사고는 대부분 운전자의 과실로 분류된다. 즉, 자차보험으로 수리해야 하며 자기 부담금도 발생한다.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이 남아 있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보험료 할증을 1년 유예받을 수도 있다. 이는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사와 협의할 때 유용한 근거가 된다.
이런 현실 때문에 많은 운전자들이 로드킬 사고를 ‘본인 돈으로 처리’하거나, 신고 없이 넘어가려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으니 반드시 규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침착하고 정확하게 대처하자
로드킬은 단순히 ‘동물과 차가 부딪친 사건’이 아니다.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2차, 3차 추돌사고, 심지어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도로 위의 잠재적 재앙이다. 특히 우리나라 도로 환경 특성상 고속도로와 국도에서의 로드킬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로드킬 사고는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많지만, 사고 이후의 행동을 통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고, 이 운명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달려 있다. 급정지하지 않고, 비상등을 켜고, 신고 절차를 지키는 것이 단순한 원칙이 생사를 가른다. 로드킬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늘 당신이 다니는 도로에서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이다. 올바른 대처법을 기억하는 것이, 당신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