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은 전승절을 맞아 대규모 카 퍼레이드로 장관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서 큰 관심을 끈 장면은 다름 아닌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탑승해 등장한 의전차였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중국 권력과 상징성을 담아내는 이 차량은 홍치 CA7600J다.
홍치 CA7600J는 중국을 대표하는 국산 의전차로, ‘중국판 롤스로이스’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사양과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판매가 기준으로 최대 14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 방탄과 특수 장비를 두른 차체, 그리고 전통문화를 담은 독특한 디자인은 그 자체로 중국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시 주석이 다시 한번 홍치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자동차 이야기를 넘어, 국가적 상징과 자존심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행위로도 해석된다.
홍치는 중국 국영기업 FAW 그룹 산하 브랜드로, 국가 주석과 고위 관료 전용 차량 개발을 위해 태어난 ‘국가 상징 브랜드’다. 브랜드명은 ‘붉은 깃발’을 뜻하는 홍치(红旗)로, 1952년 모택동 주석의 지시로 개발되었다. 첫 모델은 1959년 국경절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되며 세계에 중국 최초의 순수 국산 승용차를 알렸다. 그 뒤 홍치는 줄곧 국가 의전과 함께 역사적 장면마다 등장하며 중국인들에게 단순 자동차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현재 시진핑 주석이 사용하는 CA7600J는 홍치 HQE의 후속 모델로 2009년 국경절 행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길이 6.5m, 무게 약 4.5톤에 달하는 압도적인 체격을 자랑하며, 6.0리터 V12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74.25kg.m를 발휘한다. 이 차는 기본적으로 방탄 기능과 다양한 특수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양은 철저히 기밀에 부쳐져 있다. 이는 의전차의 본질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국가 지도자의 안전과 권위를 동시에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한 CA7600J는 외관 곳곳에 중국 전통문화 요소가 녹아 있다. 테일램프는 중국 고성에 걸려 있는 등불을 형상화했고, 휠에는 황제를 뜻하는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졌다. 단순히 고급차라는 개념을 넘어, 중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상징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가격 또한 상징적이다. 기본가가 356만 위안(약 6억 원)부터 시작하지만, 실제 시중 판매가는 776만 위안(약 13억 4656만 원)에 달한다. 이는 홍치가 ‘중국판 롤스로이스’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홍치는 전통적으로 국가 최고 권력층을 위한 의전차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민간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5년 이후에는 중국 부호들을 겨냥한 고급차 모델을 내놓고 있으며, 동남아 일부 국가에 수출도 진행 중이다. 더 이상 ‘국가 주석의 차’라는 상징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국 고급차 산업의 아이콘으로 성장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홍치는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다. 모택동 시절부터 이어져 온 ‘중국식 자존심’이자, 세계 무대에서 자국 산업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단이다. 이번 전승절에서 시진핑 주석이 홍치를 타고 천안문 광장에 등장한 모습은 중국의 기술력과 권위를 동시에 보여주려는 상징적 연출로 읽힌다.
홍치 CA7600J는 단순히 비싼 차가 아니다. 방탄 성능, 특수 장비, 거대한 차체는 국가 최고 지도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장치다. 동시에 외관 곳곳에 담긴 중국적 디자인은 자국 전통과 문화를 현대적 형태로 재해석한 결과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자국 브랜드 의전차를 통해 국가적 자존심을 드러내듯, 중국 역시 홍치를 통해 ‘우리만의 고급차’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고급차 시장에서 홍치가 진정한 ‘세계적 명차’로 자리매김할지는 여전히 과제다. 해외 수출은 시작 단계이고, 브랜드 이미지 역시 정치적 색채가 강하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선택, 그리고 천안문 광장에서의 장면은 분명 홍치의 상징성과 브랜드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홍치는 더 이상 단순한 의전차가 아닌, 중국 고급차 산업의 미래를 담은 ‘국가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확립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