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다섯 번째 전용 전기차 EV5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에서는 2900만원인데, 왜 한국에서는 4900만원이냐”는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가격 차이가 2000만원 이상 벌어지자 단순한 ‘국내 차별’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그러나 기아 측은 “중국형 모델과는 아예 다른 차량”이라며 선을 긋는다. 배터리, 안전사양, 충돌 안정성 등 전반적인 상품성이 다르고, 국내 소비자 니즈와 법규를 충족시키기 위해 별도 설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처럼 가격 격차가 발생한 걸까.
기아 EV5는 중국 옌청에서 먼저 생산돼 현지 시장에 출시됐다. 중국형 기본 트림은 약 2900만원대로 책정됐는데, 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여러 안전 보조 기능이 빠진 ‘EV5 530 라이트’ 모델이다. 충돌방지보조, 지능형 속도제안보조(ISLA), 페달오조작 안전보조 같은 기능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현지 맞춤형 모델로 가격을 낮춘 셈이다.
반면 국내 출시 모델은 광주에서 생산되는 글로벌 전략 모델이다. 배터리는 에너지밀도와 충전 효율이 높은 삼원계(NCM)로 교체했고, V2L 기능을 비롯한 안전·편의 사양을 기본 탑재했다. 유럽 5스타 충돌 등급을 목표로 도어와 차체 강성을 강화하고, 9 에어백과 고출력 대응 모터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사실상 다른 차로 재탄생했다. 이로 인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또한 국내 법규는 안전과 품질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다. 이에 따라 차체 보강, 후드 재질 최적화, 전기 파워트레인 효율 개선 등이 추가로 진행됐다. 기아 관계자는 “국내 모델은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을 대응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단순히 중국형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V5는 ‘정통 SUV’ 바디타입을 적용해 패밀리카 시장을 정조준했다. 전장 4610㎜, 전폭 1875㎜, 전고 1675㎜, 휠베이스 2750㎜로 스포티지와 유사한 체급을 갖췄지만, 전기차 특유의 평평한 바닥 구조 덕분에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 특히 2열 레그룸은 1041㎜로 동급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실내 역시 실용성과 활용성을 강조했다. 2열 풀플랫 시트로 러기지 공간과 연결할 수 있어 캠핑이나 아웃도어 활동에 유리하며, 확장형 센터콘솔과 시트백 테이블까지 갖췄다. 여기에 3존 공조 컨트롤러로 좌석별 독립 냉난방 제어가 가능하고, 대형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로 첨단감을 강화했다.
성능 면에서도 차별화를 뒀다. 81.4kWh 배터리와 160kW급 전륜 모터를 장착해 1회 충전 시 460㎞ 주행이 가능하다. 350kW 초급속 충전으로 30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고, 회생제동 단계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i-페달 3.0, 과도한 가속을 방지하는 ‘가속 제한 보조’ 기능도 기아 최초로 적용됐다.
EV5의 가격은 분명 중국형 모델과 비교해 부담스럽다. 그러나 단순 가격 경쟁력이 아닌, 글로벌 기준 안전성과 성능, 편의성을 강화한 모델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국 EV5는 중국 내수형이 아닌, 북미와 유럽까지 겨냥한 ‘글로벌 전략 SUV’라는 점에서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업계는 특히 EV5가 ‘합리적 패밀리 전기 SUV’로 자리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산 SUV 체급에서 4000만원 초반대 실구매가로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이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여전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결국 EV5의 성패는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소비자 체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