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이 아니라 시한폭탄입니다…”

by 뉴오토포스트

안전장치 전무한 화물칸
사고 시 사망 가능성 9배
운전자에게 불리한 보험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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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유튜브 '한문철TV'

농촌의 좁은 길이나 분주한 공사 현장. 1톤 트럭의 화물칸에 위태롭게 올라타 이동하는 인부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가까운 거리니까 괜찮겠지’, ‘다들 이렇게 하니까’라는 안일한 생각과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오늘도 도로 위에서는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관행의 결과는 참혹하다. 도로교통법상 명백한 불법 행위일 뿐만 아니라, 탑승자를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죽음의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법의 처벌이 약하다는 이유로, 혹은 단속의 눈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심코 올라탄 화물칸이 한순간에 달리는 관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법으로 금지된 행위, 사고 시 책임은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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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유튜브 '한문철TV'

우선, 자동차 화물칸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는 것은 명백한 법규 위반이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12호는 “운전자는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운전자에게는 승합차 기준 5만 원, 승용차(4톤 이하 화물차) 기준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다. 화물칸에는 탑승자를 보호할 안전벨트나 에어백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전무하다. 이 때문에 급정거나 급커브, 작은 충격에도 탑승자가 도로 밖으로 튕겨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2020년 전북 익산에서는 인부 8명을 적재함에 태우고 달리던 1톤 트럭이 커브길에서 넘어지면서 탑승자들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만약 사고로 인해 화물칸에 탑승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탑승자에게도 돌아간다. 사고 발생 시 보험사는 화물칸에 탑승한 행위 자체를 ‘안전한 탑승 방법을 벗어난 행위’로 간주하여 피해자에게 20~40%에 달하는 높은 본인 과실(과실상계)을 적용한다. 이는 제대로 된 치료비나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혹은 탑승자 스스로의 안일한 판단으로 올라탄 화물칸이 사고 시에는 자신을 보호해 줄 그 어떤 법적, 제도적 장치도 없다는 뜻이다.

‘예외 규정’은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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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은평구청

일부 운전자들은 ‘추락 방지 조치만 하면 괜찮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위험한 생각이다. 법규상 예외 조항이 있기는 하다.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한 경우’에 한해 출발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으면 사람을 태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군경 작전이나 대규모 재난 구호 등 극히 제한적이고 특수한 상황을 위한 것이다. 일반적인 농촌이나 공사 현장에서 인부를 수송하는 경우는 이 예외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경찰서에 허가를 신청하더라도 반려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결국,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화물칸 탑승은 불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통계에 따르면 화물칸에 탑승했을 경우, 사고 시 사망 가능성은 일반 차량에 탑승했을 때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시속 60~80km로 달리는 도로에서 맨몸으로 내던져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더 이상 ‘관행’이나 ‘편의’라는 단어로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안전불감증’이 부른 예고된 비극이다.

편의가 안전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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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연합뉴스

화물차 적재함은 짐을 싣는 공간이지, 사람이 타는 공간이 아니다. 이 간단하고 명료한 원칙이 무시될 때, 그 대가는 한 개인과 가정의 파탄이라는 참혹한 결과로 돌아온다. 단 몇 분의 편의를 위해, 혹은 운송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잡는 위험한 관행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운전자는 동승자의 안전을 위해 화물칸 탑승을 단호히 거부해야 하며, 탑승자 역시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경찰 당국 역시 솜방망이 수준의 범칙금 제도를 현실화하고, 지속적인 계도와 강력한 단속을 통해 ‘화물칸 탑승 = 죽음의 질주’라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그 어떤 편의도, 그 어떤 관행도 인간의 생명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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