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는 않네...’ 과거의 스테디셀러, 반응은?

by 뉴오토포스트

GM대우의 자존심 크루즈
한국 아닌 중동 시장 공략
이름만 부활시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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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쉐보레

‘라세티 프리미어’부터 ‘쉐보레 크루즈’까지. 한때 현대 아반떼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대한민국 준중형 세단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름, 크루즈가 돌아왔다. 2018년, 판매 부진 끝에 쓸쓸하게 단종된 지 약 7년 만의 부활이다.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어야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장의 반응은 설렘보다 아쉬움과 씁쓸함이 더 커 보인다.

그 이유는 3세대 신형 모델로 돌아온 크루즈의 ‘혈통’ 때문이다. 이번 신형 크루즈는 과거 한국GM이 주도적으로 개발했던 ‘메이드 인 코리아’ 모델이 아닌,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GM이 합작 개발해 현지에서 판매 중인 ‘몬자(Monza)’의 이름만 바꾼 ‘배지 엔지니어링’ 버전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돌아왔지만, 영혼은 돌아오지 않은 셈이다.

작아진 차체, 약해진 엔진…이름값 못하는 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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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쉐보레

새로운 크루즈의 제원을 살펴보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우선 차체 크기부터 퇴보했다. 신형 크루즈는 전장 4,630mm, 휠베이스 2,640mm로, 7년 전 국내에서 단종된 2세대 크루즈(전장 4,665mm, 휠베이스 2,700mm)보다 모든 면에서 작아졌다. 이는 현재 국내 준중형차 시장의 절대 강자인 현대 아반떼(전장 4,710mm, 휠베이스 2,720mm)와 비교해도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심장도 약해졌다. 과거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탄탄한 주행 성능’을 자랑했던 크루즈의 명성과 달리, 신형 크루즈는 최고출력 113마력, 최대토크 14.4kg.m의 성능을 발휘하는 1.5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6단 DCT 변속기를 조합했다. 이는 경차인 캐스퍼의 터보 모델보다도 낮은 출력으로, 성능보다는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춘 파워트레인이다.

물론 상품성 개선 노력도 엿보인다. 실내에는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하나로 이은 듀얼 스크린이 탑재되어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으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충실하게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작아진 차체와 약해진 성능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GM의 유산, 이제는 ‘중국산 수출 전략 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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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쉐보레

크루즈는 한국GM에게 있어 단순한 차,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모델이었다. GM대우 시절 ‘라세티 프리미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해, 글로벌 GM의 준중형 세단 개발을 한국 연구진이 주도하며 기술력을 뽐냈던 상징적인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심 차게 내놓았던 2세대 모델이 판매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쓸쓸하게 퇴장해야 했다.

그랬던 크루즈가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번 3세대 신형 크루즈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될 예정인, 철저한 ‘수출 전략형 모델’이다. GM 입장에서는 개발비 부담 없이 기존 모델을 활용해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크루즈’라는 이름이 가진 인지도를 재활용하는 효율적인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과거 크루즈의 영광을 기억하는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당연하게도, 이번 신형 크루즈의 한국 시장 출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억은 추억으로, 돌아오지 않은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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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쉐보레

쉐보레 크루즈의 부활은 이름만 같을 뿐, 우리가 기억하던 그 차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탄탄한 기본기와 동급 최고 수준의 주행 성능으로 아반떼의 유일한 대항마로 불렸던 과거의 영광은 이제 중국산 보급형 세단이라는 현실 앞에 빛이 바랬다.

이번 해프닝은 한때 시장을 풍미했던 스테디셀러의 이름값이 어떻게 활용되고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사례다. 소비자들의 추억 속에 살아있는 이름 ‘크루즈’는 그렇게 다시 한번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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