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성장

그것 또한 여행이라는 것

by 매ㅡ

예전에 일본 후쿠오카를, 정말 아무 계획도 없이 새벽에 부랴부랴 혼자 짐을 싸서 떠난 적이 있다.


3박 4일.

일본어도 모르는 내가 믿을 건, 문명의 발달로 만들어진 핸드폰과 조금의 여행 자금이 전부였다.

계획 없이 떠난 탓인지, 첫날부터 숙소 예약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걸 모른 채 도착했다. 짐부터 내려놓고는 무작정 시내로 나왔다.

그냥 걷기로 했다.

보이는 모든 걸, 내 눈과 기억 속에 담아보기로.

그렇게 아무런 목적지도 없이, 걷고 또 걸었다.


타국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고,

또 일본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모든 건 새롭고, 그저 좋기만 했다.


겨울이었으니까.

일본 하면 온천이지 싶어 둘째 날에는 유후인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를 탄 지 30분쯤 지났을까.

혼자 여행하면서 단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았던 핸드폰이, 하필이면 그때 고장이 나 버렸다.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고, 3시간이나 더 가야 하는 버스 안에서 나는 어디 끌려가는 사람처럼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3시간을 달려 유후인에 도착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거기서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막차를 예약하는 것.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1시간 뒤의 버스를.


다시 또 3시간.

버스에 앉아 돌아오는 동안, 하필이면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비에 젖은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마음 한편도 함께 젖어갔다.


후쿠오카 텐진역에 도착하자마자, 되지도 않는 일본어로,

몸짓을 섞어가며 무작정 애플스토어를 연신 외쳤다.

밤 8시가 다 되어가던 시간.

다행히도 친절한 안내원은 지도까지 쥐여주며 위치를 알려줬고,

나는 비를 맞아가며 애플스토어로 달렸다.


문이 닫힐까 봐 마음은 급했지만,

도착한 매장은 오히려 활기찼다.


핸드폰이 고장 났다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봤지만,

결국은 수명이 다했다는 진단을 들었다.

계획에도 없던 핸드폰을 새로 장만하고,

그렇게 가고 싶던 온천 여행은 포기해야 했다.


남은 하루는 도시를 걸으며 카페를 찾고,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을 보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듣고 고생만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 모든 것마저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많은 여행을 해봤지만, 이렇게까지 정신없고도 선명했던 적은 없었다.

덕분에 다음 여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비할 수 있을 테고,

힘들었던 이 모든 순간은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친절한 일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예상치 못하게 새 핸드폰도 샀고,

혼자 위기를 극복해 낸 나 자신이 조금은 대견하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

돌고 돌아 제자리걸음일 때도 많고, 지치고 힘들 때도 많지만,

그 모든 과정이 헛되지 않다는 걸 나는 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추억이 되고,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웃으며 얘기해 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이렇게 작은 순간들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모든 것은 경험이고, 인생도 결국 하나의 긴 여행이라는 걸,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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