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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장인 Feb 26. 2023

회화보다는 토익부터 완성하라


영어 회화, 과연 가장 중요할까?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고 이직한 경험이 많은 덕분에, 주변 후배나 친구들, 또는 예전 직장 동료들까지도 내게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방법을 물어오는 이가 많다. 재미있는 것이 그들이 맨 먼저 묻는 질문은 정해져 있는데, ‘외국계 기업, 영어 얼마나 잘해야 돼요?’ 이다. 


나 역시 외국계 기업에 처음 도전할 때 영어가 가장 고민이었다. 공대를 졸업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던 나는 삼성에서 요구하는 토익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실력이었기 때문에 영어의 압박감이 매우 컸었다. 채용 프로세스 내내 ‘인터뷰 질문에 영어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채용이 결정되었을 때는 ‘회의 시간에 알아듣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면 어쩌지…’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렇다면 실제 현실은 어떠할까? 외국계 기업에서 영어 능력은 얼마나 중요할까?


 


외국계 기업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자 집단이 아니다.


먼저 이에 대한 답을 하자면, 영어 능력은 1순위가 아니며 각 회사별로 요구하는 수준과 활용빈도는 다르다.


우선, 외국계 회사가 요구하는 직무기술서(JD: Job Description)의 요건(Requirements)을 살펴보자. 언어와 관련한 전형적인 요건은 ‘비즈니스 수준의 한국어와 영어(서면 및 구두) 필수[Business level Korean and English (written and verbal) required]인데, 이때의 비즈니스 레벨이란 곧 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자면 업무를 진행하는 내내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곳도 있었고,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정도를 가끔씩 영어로 하는 곳도 있었으며, 대부분의 메일을 영어로 작성하는 것은 기본이고 수시로 해외 동료들과 컨퍼런스 콜(요즘은 화상 미팅)을 영어로 진행하는 하는 것이 일상인 회사도 있었다. 


교포나 유학생 출신들은 원어민 수준(한국인 관점에서)의 영어를 구사하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JD에 있는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말하기와 듣기, 쓰기 수준을 갖추고 있다. 물론,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사람에게 본사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듬거리는 영어라도 나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면 인터뷰를 통과하고 하루 일과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요즘 대학생들 중에 해외 어학연수,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영어 문화권에서 일정기간 생활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취업을 위해 TOEIC 900 이상의 스펙을 만드는 것이 보편적인 듯하다. 나는 이 정도 영어 수준만 갖추면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기업이든 ‘해당 업무에 대한 출중한 경험과 지식’이 지원자와 직원을 평가할 때 제일 중요한 요소이고, 다만 외국계 기업은 업무를 수행하고 주변과 소통할 때 영어라는 ‘도구’가 자주 사용될 뿐이다.




비즈니스 영어의 기초, 토익으로 시작한다 


‘그래, 해보는 거야!!’ 마음을 다잡고 한글 이력서를 영문으로 전환하다 보면 (이 과정도 매우 녹록하지 않다. 별도 챕터에서 설명) 이력서(Resume)에 있는 내용들을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리고 추가 질문이라도 나오면 그 상세한 내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신이 한 순간 아득해진다. 첫 번째 관문인 영어 인터뷰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 시작점으로, 주변의 많은 분들이 영어회화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고 한국 사람들이 모인 그룹 클래스에 등록을 하거나, 마음을 독하게 먹고 투자를 하는 분들은 1:1 회화에 거금을 투자한다. 한두 달 지나면서 같은 반 사람들과는 이야기가 잘되는 듯한데, 여전히 원어민 선생님에게는 말하고 싶은 내용을 표현하지 못하고 이 길이 맞나 하는 고민이 시작되면서 초반의 열정이 점차 식어간다. 등록할 때의 커다란 기대와 다르게 수강이 종료되면 남은 건 카드 고지서와 한숨뿐인 현실인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사실 나도 그런 악순환에서 많은 돈을 학원에 기부(?)했던 경험이 있고, 그 과정에서 원어민 선생님과 친구 사이로 지내며 저녁도 먹고 술도 마시고 했지만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되지는 않았다.


나의 값비싼 경험과 주변 동료들의 사례를 기준으로,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에서 Lv. 7이상(10점 만점) 중상급 수준이 되었을 때 발음을 교정하거나 원어민에 가까운 표현으로 가다듬기 위한 목적으로 원어민이 있는 영어학원을 찾는 것은 분명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회화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으로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비효율적인 학습 방법이다.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의 안부를 묻고 일상속의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한시간의 수업은 인터뷰를 위한 영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외국계 회사에서 요구하는 영어 수준은 ‘비즈니스 수준’이다. 나는 토익 공부 하나만 제대로 하면 인터뷰에 필요한 비즈니스 영어를 준비하는데 별 문제없다고 단언한다.




매일 1시간, 00일만 하면 토익 900점 어렵지 않다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이 토익(TOEIC)은 시험을 위한 영어라고 말하지만, 토익의 사전적 의미는 “국제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 시험(Test Of English for International Communication)의 약자로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상생활 및 비즈니스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용적인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추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다.


나는 첫 번째 이직을 준비하면서 매일 아침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토익 교재로 영어를 공부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토익 시험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추기 위해 토익 교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LC 위주로 공부를 했는데 교재의 음성 파일을 2배속으로 재생해서 모든 문장이 정확히 들릴 때까지, 음성 파일을 1배속으로 재생해서 원어민과 똑같이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무한 반복했다.


영어 인터뷰에 필요한 영어 실력을 습득하는 데에 토익 교재가 갖고 있는 장점은 상당히 크다. 일단 다양한 상황들과 그 상황에 맞는 어휘 및 표현들이 제시되기 때문에 기본을 차근히 쌓아 나갈 수 있고, 내 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고 있는지 시험 점수를 통해 점검이 가능해서 과정이 지루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 나는 삼성에 입사하기 위한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는 수준의 토익 점수(630점으로 기억한다… 수줍은 나의 점수)였는데, 우보천리의 자세로 아침 한시간을 차곡차곡 쌓아 나갔고 반년 즈음 지나 900점을 넘긴 즈음 영어 인터뷰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다.




회화를 한다면 그룹보다는 일대일로


나의 버킷리스트 1순위는 수영이었다. 계곡에서 개헤엄으로 왔다갔다하는 정도는 문제없었지만, 정확한 영법으로 물살을 제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서 삼성에 입사하자마자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헌데 초급반 첫날 여러 사람들에 섞여 있으니 이렇게 배워서는 도저히 내가 원하는 수준에 다다를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 들어서, 그날 바로 단체반을 환불받고 당시 월급을 기준으로는 큰 결심을 하고 1:1 강습을 신청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2달의 투자로 자유형, 배형, 평형까지(접형은 무리였다…) 모두 마스터했는데, 그때 배운 경험으로 휴향지나 출장을 가면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120% 만족스럽다.


토익 공부를 통해 비즈니스 회화의 기본을 다졌다면, 그룹 회화보다는 일대일 강습을 추천한다. 배우는 시기는 토익 850 이상의 수준 또는 영어학원 테스트에서 중급(intermediate)을 달성했을 시점이 투자 대비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이다. 회화를 배우면 좋은 이유는 원어민과 대화를 통해 영어 말하기에 대한 울렁증을 없애고 소위 이야기하는 ‘콩글리시’를 원어민이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교정받기 위함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가득한 교실에서 한국인끼리 영어로 나누는 대화로 친목은 다질 수 있으나 실력을 쌓기는 힘들다.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때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특히 영어는 실력 있는 원어민 강사에게 밀착해서 1:1로 배우며 실시간으로 교정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인터뷰를 앞두고 있을 때 강사에게 요청해서 모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성실하고 실력 있는 원어민 강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고, 나도 많은 돈을 쓰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영어 회화 공부를 계속하면서 최종적으로 정착한 곳은 미국 아이비리그 수준의 대학생/대학원생들과 1:1로 수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Ringle, Cambly 등이 있다)인데, 비용이 작지는 않지만 강의의 품질을 고려하면 매우 추천할 만하다.




도전은 언제나 지금 당장!


영어는 잘 할 수록 유리하고 원어민이 아닌 이상 평생을 꾸준히 공부해야 실력을 유지하거나 간신히 발전시킬 수 있다. 네이버보다 더 방대한 양질의 정보를 구글에서 찾을 수 있듯, 영어로 된 자료를 편하게 듣고 읽을 수 있는 순간 받아들 일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다만, ‘성적을 위한 영어 공부’의 기억에 짓눌려서 외국계 기업으로의 도전을 지레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외국계 기업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직무 능력과 경험이기 때문에, 인터뷰 과정에서 조금 어눌하고 부족한 영어라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과 나의 역량을 또박또박 표현할 수 있으면 된다. 그렇게 일단 외국계 기업에 발을 들여놓고 실전 업무를 통해 그리고 개인적으로 영어를 익혀 나가면 그에 따라 나의 경쟁력과 몸값은 자연스레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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