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몸무게를 잰다

[김유경의 오늘] 프레임에 갇힌 언론 보도 행태가 안타깝다

by 김유경

날마다 몸무게를 잰다. 오늘은 41.5㎏다. 한동안 42㎏를 넘은 날은 거의 없다. 신진대사도 숙면도 꾸준하다. 먹고 말하고 생각하는 신구의(身口意) 움직임에 변화가 크지 않은 거다. 어쩌다 저녁을 못 먹거나 골내거나 명상을 놓치거나 하면 수치는 달라진다. 평소 41㎏와 42㎏ 구간에서 변화하기에, 그 구간을 벗어나면 꼭 어제를 돌아본다. 내게 있어 몸무게는 평상심의 바로미터여서다.


종종 평상심에 파문이 인다. 지난 주 낯선 경험에도 그랬다. 2년 전에 망막이 병난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는데, 시야가 더 불편해져 정밀검사를 다시 했다. 뜻밖에 시력이 좋아져 있었고, 사진으로 전후 비교한 망막은 수술한 듯 말끔했다. 의사는 참 드문 일이라 했다. 수술 걱정이 사라진 좋은 변화에도, 용도별로 장만한 3개의 안경을 다시 맞출 일이 번거롭다.


10년 이상 친분을 쌓은 안경사는 최근 유산 상속으로 엉겁결에 임대인이 되었다. 그러나 새로 낸 안경점은 임차였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된 국회연설로 급부상한 여성정치인처럼 임대인 겸 임차인인 셈이다. 그 정치인과 달리 전혀 여유가 없는 그는 상속에 따르는 비용들을 상속 받은 건물을 담보해서 치렀단다. 안경테를 재활용하라고 권하면서 그는 곧 다가올 계약 갱신 때 임대인이 올릴 5%를 걱정했다. 월세가 워낙 세서다.


집 없는 서민과 임차인을 위한 부동산3법의 취지를 왜곡하는 기사들을 보면 언론계는 임대인 편 같다.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한결같이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거나 다주택자인 것 같다. 물론 한쪽 편을 드는 것은 언론이 주창하는 표현의 자유는 아니다. 도리어 민생 문제인 새 주택정책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챙겨줘야 한다.


한문도 교수(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는 한국경제 등이 전세매물이 씨가 마른 듯 낸 기사들 중 95% 이상이 엉터리임을 지적했다. 독자를 우습게 보는 “꼭두각시 기자”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는 발품 팔아 서울시 전체를 조사한 자료를 제시하며 전세매물(반전세 미포함)이 풍부함을 밝혔다. 언론은 개발업자와 갭투자자를 위해 주거 마련에 목마른 서민들의 불안심리를 조장하고,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호도하고 있는 셈이다.


진실을 파악하려는 시청자나 독자에게 고도의 기사 분석 능력을 요구하는 일은 또 있다. 산사태 주범이 태양광이라는 프레임으로 정쟁을 유도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산사태 건수 중 1% 미만에 해당하는 태양광 지역도 대부분이 이명박 정권 때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그렇다. 또한 감사원과 환경부가 4대강 댐의 홍수예방효과가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설왕설래 식 보도를 이어가는 것도 그렇다.


코로나19나 기후위기처럼 재난은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제 재난은 우연히 일어나는 위험이 아니라, 일어나기 전에 안전 보장을 꾀해야 하는 관리 항목인 거다. 지붕 위로 올라간 소들을 사건사고보도인양 흥미 위주로 제시해 시청자가 강 건너 불 보듯 하게 하는 선정적 보도는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대신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가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대비책 관련 심층취재가 필요하다.


박재동 화백 미투에 대해 반박 기사를 쓴 강진구 기자에게 경향신문은 정직 1개월 징계를 확정했다. 서울신문 기자들은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는 칼럼을 쓴 곽병찬 비상임 논설고문의 사퇴를 촉구했다. 두 사건 모두 ‘2차 가해’를 들먹인다. 사실관계나 정당성을 따지는 의문 제기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비판정신에 속한다. 그걸 ‘2차 가해’로 반응하는 언론의 프레임은 갇힌 사고여서 문제시해야 한다.


나는 사회적 동물이다. 명상 중에도 불쑥불쑥 문제적 이슈들이 튀어나온다. 평상심 유지가 쉽지 않은 거다. 자연 내 몸무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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