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의 오늘] 행정 쇄신과 애완견(동물) 등록제를 생각하다
추석 앞두고 몇 날 절치부심했다. 집 앞 개똥 때문이다. 치우면 같은 자리에 또 싸질러 있다. 벌써 2주째다. 왼쪽 담 모퉁이에도, 오른쪽 담 전봇대 밑에도. 서너 덩어리를 치우면 기분이 정말 나쁘다. 심지어 외출할 때 대문 열기가 겁날 정도다. 자연 일상의 스트레스가 치솟는다. 냉큼 치우지 않으면 냄새가 장난 아니다. 소독제를 뿌려도, 웬만큼 마른 후에도 바람결에 맡아진다. 물론 개 주인이 누군진 모른다.
우연히 통장을 만나 개똥 문제를 말했더니 당신 집 앞도 그렇단다. 하도 물로 닦아내 그 자리가 파였단다. 이사 가고 싶단다. 행정센터에서 받은 유인물을 붙여도 소용없단다. 세상에, 이 정도면 악의적이다. 몇몇 개 주인의 몰상식한 행동이 지역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는 거다. 동장도 다녀갔단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단다. 그렇다고 그냥 있으면서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일단 난 민원을 냈다. 도로변에 방치된 개똥은 지역 환경 및 공중위생 영역이니까. 그런데 단위별 행정기관마다 ‘웬 개똥?’ 식으로 업무 한계나 들려주는 탓에 통화 동선이 자꾸 길어졌다. 동 행정센터 환경청소과, 구청 환경청소과, 시청 자원순환과, 구청 경제지원과 등을 여러 번 오갔다. 목소리만 커지고 구체적 해결방안을 얻을 수 없자 나는 마침내 구의원 두 명(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전화했다.
행정기관 담당자마다 한결같은 주장은 개똥 치우기가 개 주인 몫이란 거다. 그걸 누가 모르나. 개똥을 방치하는 개 주인들이 끊임없이 주민 불편을 야기하는 판에 그런 원론적 답변이나 하다니. 나는 반박했다. 공공질서를 해치는 개 주인을 계도하거나 징벌할 의무가 행정기관에는 있다고. 법률 몇 조 운운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아울러 골목길 도로변 개똥도 치워달라고.
내 의도와 상관없이 민원이 시청과 구의원으로 이어지면서 행정센터와 구청 담당자에겐 외압이 되는 듯했다. 어쨌거나 동장과 환경청소과 담당자가 나를 방문했고, 구청 경제지원과로부터 개 접근을 막는 분무용 기피제를 얻었고, 추석 연휴 이후에 플래카드 부착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담배꽁초 등 동네 쓰레기를 치우는 중에 개똥이 있을 때는 치우겠다는 동의도 가까스로 얻었다.
요즘은 애완견한테 엄마나 아빠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집 앞에 개똥을 방치하는 개 주인도 그런 엄마나 아빠일 수 있다. 그건 딸이나 아들한테 공중도덕을 지키지 말라고 가르치는 부모와 같다. 개가 똥을 싸지르도록 훈육하는 건 비뚤어진 애완이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는 차치하고라도, 공중위생에 해가 되는 개똥을 남이 치우게 하면 안 된다. 더구나 인수공통감염 위험에서 자유롭다는 보장도 없다.
개똥 난리부르스를 겪으며 젤 아쉬웠던 건 행정기관(늘공)의 수동적 민원 대응 태도다. 법의 한계나 인력부족을 내세우며 늘 하던 대로 처리하면 행정 쇄신이 될 리 없다. 건의사항도 생겼다. 애완견(동물) 등록제 실시다. 사회적 의무를 동반하지 않는 자유는 방종이니까. 개똥 수거 등의 종용을 위해서도, 그리고 예방주사 접종 이력 파악 등을 통해 장차 민폐가 될 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