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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Sep 19. 2016

자전거 타기, 1년 전 이맘때

반성하고 다시 시작하기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많아졌다. 환경을 위해서건 운동을 위해서건 좋은 현상이고 꽤 잘 정착된 문화라고 여겨진다. 내 주변 만해도 자전거로 가까운 거리 이동은 물론 여행을 다니거나 아예 유럽순례까지 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춘천 등지를 돌며 동호회로 운영되는 전문 로드 바이커가 아니라 해도 생활자전거 보급률은 굉장히 높아졌고 가까운 일본·중국에서는 자전거로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자전거가 질서 정연하게 보관된 문화는 이제 우리에게도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자전거를 구입했다. 내 것뿐 아니라 남편 것까지 두 대, 그리고 아이를 태울 안장도 함께. 꿈꿔오던 일상은 생각지 못한 지점에 찾아왔다. 10년 전 일본 여행에서 신기할 것도 많을 법한 그 관광지에서 나는 다른 무엇보다 그들의 일상에 주목했고, 그 사진을 찍어 와서는 한결같은 시간 동안 마음속에 간직했다. 그때 남겼던 후기가 바로 이렇다.



여행 중에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던 그네들의 일상

갖가지 모양의 소형차도 튼튼해 보이는 자전거도      

언젠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내 일상의 일부분이길. (2006년 7월)



 

사진에서처럼 아직은 시장을 보거나 아이를 태우고 통학을 시켜줄 만큼 일상 속에 깊이 자리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는 그 시작에 의미를 두고 싶다. 자전거를 타보니 가장 좋은 점은 걷기엔 무리가 있어 차로만 이동을 할 수 있었던 멀지 않은 시내까지 이동이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제일 먼저 번화가로 나가 저녁식사를 하고 서점에 들러 신간 서적을 둘러보았다. 그다음 날은 새로 이사 온 동네에 조성된 공원과 숲길도 즐기고 내리막길을 달리며 온몸을 가르는 바람을 마주하였다. 또한, 30분을 달려 찾아간 영화관에서 더위를 식히며 개봉 신작을 보고 돌아오기도 했다. 달리는 길 위에서 여유와 여가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고작 구입한 지 일주일. 자전거에 대해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주변 장비도 좀 더 세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들도 있다. 뭐든 일단 시작하려면 돈이다 싶은 생각도 있지만 지금 현재가 아니면 누릴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그리고 아이에게 남겨줄 추억을 생각하면 참 잘했다 싶은 생각이다. ‘인사이드 아웃’에 나온 것처럼 기억 저장소에 절대 각인될 요소들이 우리 아이에게도 만들어지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푸근해진다.  

 

일본 여행을 함께 했던 동생에게 자전거 구입 소식을 알리며 그때 찍었던 사진 이야기를 하니 너무나 당연히도 기억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통학만 시키면 되네." 하는 말에 그 한 가지를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정책과 시간이 필요할지 아득했지만 한참 시간이 지나서도 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지인이 있단 사실만으로 마음이 산뜻해졌다.


어쨌든 지난 시간 동안 자전거 도로는 정비되었고 자전거 보관소 또한 아파트 단지, 전철역 할 것 없이 전보다 훨씬 깔끔하고 규모 있게 갖춰졌다. 먼저 달려준 사람들로 인한 변화다. 생각해보면 주변엔 감사할 것 투성이다. 고거 조금 탔다고 벌써 허벅지가 당기고 삭신이 쑤시지만 부디 약한 체력에 굴복하지 않고 지속적인 라이더가 될 수 있길 다짐해본다.  




딱 1년 전 이맘때 쓴 글이다. 저렇게 다짐해놓고 지금 자전거는 1년째 방치되어 먼지를 뿌옇게 뒤집어쓰고 있다. 말도 안 되지만 사실이다. 자전거를 잠시 타기 시작하다 추운 계절을 맞이해 그땐 추워서 못 타고,  무척이나 바빴고, 이번 여름 어마 무시하게 더웠으니, 어쩌다   선다 할지라도 지금처럼  좋을 때도 타지 않는   떠나서일 테다. 


문득 한 해를 반복하며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원하던 것도  앞에   되면  소중함 희미해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성이다. 주말엔 자전거 먼지를 털어내고 가을바람 쐬야겠다고 계획 하나를 세운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바람을 맞이하고 돌아왔다. 자전거를 말끔히 씻기고 남편 손을 빌려 바퀴 바람을 보충하고 처음 그때처럼 열심히 페달을 밟아 혼자 서점엘 갔다. 그 바람과, 그 햇빛과, 그 여유는 일 년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그대로였다. 게으르고 반복이지만 반성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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