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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Sep 07. 2016

(서평)공부방의 여왕

2015년 8월 기록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순하다. 나중에 아이를 공부방에 보내지 않기(버티기) 위해서이다. 최근 공부방은 초등학생들에게 방과 후 필수코스가 되었다. 공부습관을 잡아주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방과 후에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부모들이 시간제로 운영하는 학원 대신 머무는 시간이 비교적 긴 공부방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이 상가 등 상업시설에서 운영되는 것과는 다르게 공부방은 가정에서 지도가 이루어진다.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아이들 정서에 잘 맞기도 하고 보통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나 주택단지 등 거주지 주변으로 등·하원을 하기 때문에 이동에 큰 제약도 없는 것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주변 지인을 통해 듣거나 실제로 비슷한 일을 해보았던 과거 경험에서 유추한 결론인데 이는 책을 통해 지금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하는 워킹맘으로 3살짜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다수의 엄마들이 선택한 '방과 후 공부방 코스'를 나라고 쉽게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위에서처럼 꼭 공부방에 안 보내야겠다기보다는 내 형편 안에서 최선을 선택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가 더 클 수 있겠다.  

    

책을 읽고 가장 놀란 점은 저자가 뉴질랜드에서의 경험을 밝힌 대목이었다. 아이를 뉴질랜드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무작정 한국을 떠났고, 우여곡절 끝에 영어 캠프까지 운영하게 된 사연은 내가 이십 대 초반 가까이서 지켜본 지인의 사업 그대로를 서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잊고 있던 어학연수 생활을 새로운 각도로 조명할 수 있었던 것과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울림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다.       


저자는 켄 로빈스 경의 TED 강연을 통해 ‘그는 어른들이 좋은 대학, 좋은 회사, 좋은 가정이라는 매뉴얼에 우리 자녀들을 끼워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생각할 기회도 주지도 않은 채 입시만을 위한 주입식 교육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을 만족시키는 교육이 진정 아이들을 사랑하는 자세일까?’라는 말로 자신을 생각을 대변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사람은 살면서 무엇보다 행복하기를 꿈꾸고 그 행복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 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어른이 된 우리는 빤히 보이는 길을 두고도 아이에게 고민하고 방황하고 실수할 수 있는 시간도 함께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 자신 또한 내 아이에게 편한 길을 두고 혹은 아는 길을 두고 다른 길을 가게 할 수 있을까, 내버려 둘 수 있을까 자문해본다. 공부하지 않아도 행복하다지만 공부하면 더 가볼 수 있는 길이 많은데 하기 싫다고 하면 그래! 너 좋은 대로 해! 그렇게 너그러울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기 전부터 다짐하고 간직해온 오래된 신념 하나는 절대로 아이를 ‘공부만’하며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같은 학습량을 공부하더라도 이는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여유와 자신만의 영역을 보장해주고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내 아이의 진도를 맡겨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시간 활용을 해 줄 수 없을 것이기에 나에게는 실제로 공부방을 운영해본 사람의 노하우가 필요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이 책은 정말 알고 싶은 것 이상으로 정보가 많이 들어있고,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으며, 내가 알고 경험했던 이야기가 공유되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어떻게 집중하게 만들고 어떻게 재미있게 말하는 지를 저자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육아서를 통해 내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쌓여 가슴으로 공감하며 꺼내보는 문구들이 많이 있다. 이 책 또한 그중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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