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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Apr 21. 2016

거북선을 들려줄게

거북선 신화에서 역사로


“엄마는 요새 거북선 책을 읽고 있어.”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던 아이가 귀를 쫑긋 온 신경을 내게로 집중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거북선?” “응, 그래 거북선. 배야. 배.” “배?” “응, 거북선이 2층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3층이었다는 사람도 있대. 엄마도 잘 몰랐던 내용이 많더라고. 아들도 궁금해?”

      

아이 책을 정성껏 골라 구입해주고 전집으로 쟁여놓기도 하다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함께 읽어도 좋을 만한 책들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 거북선 책이다. 제대로 된 정보와 적절한 삽화가 만나면 얼마나 좋은 책이 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책으로 엄마가 읽기에도 전혀 시시하지 않고 아이들이 읽기에도 너무 어렵지 않다.      


다만, 이런 책들은 혼자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읽어주고 이도 안 되면 엄마가 읽어서 먼저 이해한 후 쉬운 말로 풀어주면 좋을 것 같다.     

 

거북선 신화에서 역사로, 생각보다 더 쉽고 재미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을 재울 때 대부분은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를 불러준다. 잠을 안 자려고 애쓸 때면 전에 효과가 있었던 클래식을 틀어놓기도 하고 전래동화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들려주기도 했었다.      


잠자리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책 읽어주기>는 불을 켜놓으면 절대적으로 놀려고만 하는 아이의 성향과 맞지도 않거니와 시간이며 자세며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워 생각보다 잘 실천이 되질 않아 진작 포기했다.    

   

책을 사놓고 어떤 날은 한껏 분위기를 띄워 “어머 새 책이네.” “우와- 이 책 재밌겠다.” 하며 관심을 유도하기도 해보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정할 줄 알게 된 아이는 더 이상 꾐에 넘어오지 않는다.  

    

그러면 혼자서 큰 소리로 읽어주며 흘려듣기라도 해보라고 애를 써보지만 블록을 하는 중에 빠끔 와서 힐끗거릴 뿐 그저 자기 할 것만 집중하는 아이에겐 별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동영상이라도 보는 날이면 시끄럽다는 타박까지 들어야 했다. 세 돌도 지나지 않은 아들에게 듣는 꾸지람이라니 기가 차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그래도 엄마는 물러설 수가 없다. 책을 읽어주겠다고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한 세월과 노력한 흔적이 얼마인데 이도 저도 안 되면 엄마는 너무 억울하다. 우선은 엄마가 읽고 요약해서 들려주는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즐기며 읽은 책을 아이에게 공유하니 순간 '반짝'하고 반응을 한 것이다.    

   

“아들, 거북선은 돌격선 이었대.” “돌격선?” 아이는 새로운 단어나 모르는 단어를 한 번씩 따라 해보며 스스로 익숙해지려는 시간을 갖는다. 심지어 두 개의 문장을 이어서 말할 때 잇는 말의 표현이 어색하면 “이게 맞아요?” 하고 묻고 다른 말로 고쳐주면 여러 번 반복해서 자기 입에 붙이기도 한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생각이 커지는 아이에게 한계는 없어 보인다. 엄마가 바라보는 시선과 정해놓은 기준이 아이를 한정 지을 뿐이란 확신이 든다.      

  

통영에 가면 거북선을 볼 수 있겠지요?

아들아, 엄마랑 통영에 가보자. 언젠가 통영을 지나면서 거북선을 띄워놓고 무슨 행사인가를 진행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기억이란 신기하게도 잊고 있던 장면을 때에 맞춰 불현듯 소환해낸다. 


그래, 거길 가보면 되겠구나. 우리 거북선 이야기 함께 들어보고 같이 공부해서 말이야. 게으르고 실천이 느린 엄마지만 엄마는 아들 때문에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 보려 해. 엄마의 관심사가 너로 인해 확장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 좋게 달려가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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