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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n 01. 2016

놓을 수 없는 육아 고집 11가지

엄마 나는 울타리가 필요해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나만의 고집이라는 게 생기고 꼭 지키고 싶다고 다짐하는 것들이 생긴다. 이런 다짐들이 앞으로도 적용하고 고수할 만한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나를 점검하고자 정리를 해본다. 


(1)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되도록 하지 않는다. 


돌아오겠다고 하면 돌아오고, 사주겠다 했으면 사줬다. 나중에라도 들어주겠다고 한 약속은 반드시 들어주었다. 그래서 돌아오지 못할 땐 아이가 여기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아이가 이해하든 못하든 돌아올 때를 알려주려고 한다.      


간식이며 장난감이며 늘 갖고 싶고, 사고 싶은 게 많은 아이에게 사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것만 사주겠다.”고 말했다. 사줄 것처럼 하고 사주지 않거나 사탕발림으로 현혹하지 않는다. 마트를 갈 때도 들어가기 전에 오늘은 뭐가 필요한지 묻고 초콜릿을 원하면 장난감은 구경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가 매번 천사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악동으로 변할 계기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는 있다. 

      

(2) 아이의 동의 없이 한 행동이나 마음을 상하게 한 일은 즉시 사과한다. 


잠결에 쉬가 마려워 하는 아이와 함께 화장실로 달려간 적이 있다. 불을 켜기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바지를 내려주고 쉬 통에 몸을 가까이 대줬는데 아이가 쉬를 다하고 갑자기 대성통곡을 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엄마가 해버렸다는 이유였다. 

     

아이를 안아 달래 주고 바로 사과했다. “엄마가 바지를 내려버려서 슬펐어? 혼자 할 수 있는데 엄마가 그랬구나. 엄마가 이제 혼자 쉬하게 기다릴게. 알았지?” 이렇게 약속하면서도 다음 번 도움을 원할 때는 언제든 타박 없이 또 바지를 내려줘야 하는 게 엄마일지도 모른다.      


(3) 아이가 하고 있는 행동을 억지로 종료시키지 않는다. 


집에 갈 때가 되었다고 해서 팔을 잡아끌고 나와 버리거나 한창 시청 중인 아이패드를 내 맘대로 꺼버리지 않는다. 장난감을 뺏거나 입에 먹을 것을 구겨 넣는 등 아이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닥쳐 공포감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작은 배려를 잊지 않는다.    

  

다만, 집에 가야 할 때 가지 않으면 너는 여기 혼자 있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때도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말투가 아닌 엄마는 왜 가려고 하는지를 차근히 설명한다. 아이패드는 약속한 만큼 보는게 대부분이지만 당연히 시간이 길어질 때가 있다. 그럼 한 개 더 보고 싶은 마음을 읽어주고 그다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시에는 꺼버리겠다고 사전 경고를 한다.    


(4) 아이를 안달 나게 하거나 무력하게 만들지 않는다. 


가끔 놀아주는 방식으로 아이를 놀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동의된 상태에서 숨기고 장난하는 것이 아니라 줄 듯하다 주지 않고 해 줄 것처럼 하다 안 해주는 건 되도록 삼간다. 안달이 난 상태에서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폭력적이 되거나 의도하지 않은 말을 내뱉게 된다. 또한 우위에 선 어휘력을 동원해 아이를 진 빠지게 만들거나 강하게 휘두르지 않도록 잠시 말을 멈추고 습관적인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다음 말을 진행한다. 


(5) 안전상의 이유로 심한 구속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자신의 능력을 내보이고 싶어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자기 컵이 아닌 어른들이 쓰는 유리잔을 써보고 싶어 하고 가끔은 믹서기를 눌러보고 싶어도 한다. 도로에서 뛰지 않기, 주차장에서 차 소리가 들리면 일단 멈추기, 에스컬레이터는 손잡고 타기 등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위험이 아니라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 시도해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아이는 "안돼"라는 말을 들으면 더 하고자 기를 쓰지만 우선 된다고 하고 일부만 하게 해도 처음보다 관심이 사그라들어 자기 스스로 물러설 때가 많다. 


(6) 집에 들어오면 반드시 손을 씻게 한다.


밖에서 돌아오면 차를 주차하면서부터 해야 할 행동을 미리 읊어준다. “자, 집에 들어가면 뭘 해야 하지? 신발 벗고 겉옷 벗고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로 가서 사다리를 놓고 소매를 걷는다. 그리고 비누로 손을 닦는다. 거품이 나면 너무 재미있겠다. 그치?” 아이가 지켜야 하는 순서를 쉬운 문장으로 짧게 끊어 반복하면 아이는 그대로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된다. 


아이의 일상만 같이 공유하고 말로 풀어주기만 해도 한 편의 생활동화가 탄생하는 건 순식간이다. 

      

(7) 우리가 갈 장소나 다음에 할 일에 대해 미리 언급해준다. 


부모의 안내에 익숙해진 아이는 먼저 질문도 할 수 있게 된다. “오늘은 우리 어디 가요?” “이따 누가 데리러 와요?” 또한 반복되는 일정은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환기시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어린이집 가고, 토요일은 엄마 아빠랑 놀고, 일요일은 교회 가지? 오늘이 일요일이야. 그리고 내일은 다시 월요일이니까 어린이집 가자. 알았지?” 안 갈 때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해서 식겁하기도 하지만 나름 교육의 효과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8) 아이가 동의하지 않고 대답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일은 진행하지 않는다. 


“약 발라도 돼?” “아니.” 피부가 아무리 간지럽다고 해도 약을 바를지 말지는 아이가 정하게 한다. 잠결에 아이는 간지러운 것보다 갑자기 차가운 게 닿는 느낌, 미끈거리는 느낌이 더 싫을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인다. 위급함에 엄마의 결정이 절대적으로 우선해야 하는 순간도 있지만 긴급사항이 아니라면 되도록 들어준다.   


(9) 나는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실제로 희생하지도 않는다. 


아이 키우면서 아이를 먹이기 위해 내 식사를 뒤로 미루지 않는다. 이유식 할때는 먹는 시기가 달랐기때문에 조절이 가능하니 상관없지만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부터도 내 배가 고프면 먼저 먹었다. 아이가 적극적으로 먹으려 하면 조금 도와주며 식사 템포를 여유있게 갖더라도 다 먹을 때까지 참지는 않는다. 


아이가 밤잠이 들때는 졸려도 곁에 있어주지만 낮에 졸리면 엄마는 지금 자겠다고 말하고 침대로 간다. 지인을 만나야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내 안에 불만을 쌓지 않고 오늘을 살려고 했다. 내가 희생하고 싶지 않은 만큼 다른 사람의 희생도 강요하지 않는다. 내 아이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어 주는 사람에겐 반드시 현실적인 보답을 한다. 


(10) 아이가 오늘 하루 소리 내어 웃었는지 점검한다.


가끔 내가 부족하다 느껴지거나 오늘 하루만의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을 때 나는 오늘 아이를 웃게 했는가,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았는가로 하루를 점검한다. 그래서 웃었던 기억에 나도 한 번 웃음 짓고 웃은 기억이 없으면 작은 웃음을 만들어본다. 그렇게 의미가 없는 하루도 의미를 갖고 살아본다. 많이 웃는 아이는 폐활량이 좋아서인지 더 잘 먹고 더 잘 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1) 아이를 손님처럼 대한다. 


아이를 갖게 되면서 찾아 읽은 육아서나 우연히 본 많은 글 중에 가장 명심하고자 했던 말은 아이를 손님처럼 대하라는 것이었다. 집착하지도 말고 많은 기대로 무겁게 하지도 말고 편하게 놓아주면서 기르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신경이 예민하고 작은 일에 집착하는 내 성격을 아는 주변 지인과 남편은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말을 했지만 내가 꼭 넘고 싶은 산이다. 


적고보니 꼭 해줘야겠다는 것들보단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이에게 강요하는 육아가 아니라 내가 내 마음을 버리고 접는 육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큰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은 하지만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들도 너무 많다. 


밥을 먹기 전에 간식을 주고 싶지 않지만 아이와의 실랑이에 치이기 싫어 마이쭈 몇 개를 쥐어주고 만다. 개수를 제한하고 엄마도 들어준 대신 식사 준비가 다 되면 밥을 잘 먹자고 약속을 받아내지만 그래도 항상 찜찜한 마음이 남는다. 


동영상 시청을 더 효율적으로 제한하고 싶지만 몸이 피곤하거나 손에 달린 다른 일들이 끊이지 않으면 미처 제지를 못한다. 그래도 시선은 아이를 따라 움직이려 하고 중간중간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거나 호응을 원할 때는 강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 쉽지 않다. 한 번은 쉽게 갈 수 있어도 세 번 중 두번은 고집을 갖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고집하는 이상적인 상태와 나의 부족함으로 차마 채워주지 못하는 그 간극을 메워가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일이 나에게는 엄마되기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엄마는 더 많은 고집을 부려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를 성장케 하기 위해 뒤흔들어 대는 수 없이 많은 시련과 유혹을 그 고집으로 단단히 잡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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