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시즌 집중해야 한다면

by 유화

야구는 9명이서 하는 거라지만 보통 그 인원이 6학년으로 다 꾸려지는 팀은 많지 않다. 지방처럼 야구부 인원이 30~40명이 넘어가면 같은 학년도 주전조, 비주전조가 있을 만큼 선수풀이 넘쳐나지만 그런 팀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내가 본 바로는 6학년이 7명이면 우수하고 6명만 돼도 안정적인 팀이다. 5명일 경우 아래 학년에게 4자리나 간다. 5학년이 그 자리를 메꾸기는 하지만 야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5학년이 많거나 포지션 선정이 애매하면 또 4학년에게 기회가 내려 간다.


야구부에서 저학년의 위치는 참 애매하다. 경기를 뛰는 것도 아닌데 경기지원도 나가고 돈도 시간도 든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그 기회라는 것을 보고 열심히 참여하는 부모들도 있고 그와는 상관없이 그냥 내가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부모들도 있다.


처음에 바짝 열심히 하고 야구부에서 멀어지든, 관망하고 보고 있다 후에 열심히 하고 싶어 지든 언젠가 한 번은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저학년 시절을 좀 더 추천한다. 처음에 나는 그냥 고마워서 참여했다. 야구부에 받아주고, 그동안 이런 야구부를 유지해 주었고, 모르는 거 가르쳐주어서.. 사람이 모인 곳이면 내가 해야 할 몫이 있겠지 싶었다.


차량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손들고 운전을 못해도 쫓아가고 아들이 열나서 집에 가라는데도 기어이 선수들을 운동장에 데려다 놓고서야 돌아섰다. 나중에 우리 아들 시즌일 때 누군가도 이렇게 해주겠지 하는 마음은 없었다. 그냥 그해 시즌 인원이 너무 부족해서, 손길이 부족해서 행여라도 지금 아이들이 받아야 할 지원을 못 받는 게 시합에 영향이 갈까 봐, 아이들 가는 길에 그늘질까 봐서 누구라도 하면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했다.

정말 이 야구부가 잘 굴러가면 좋겠다, 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 모든 건 나를 위한 거였다. 그때 가봤던 운동장, 그때 봤던 상대편 선수들, 그때 해봤던 요소들이 하나하나 힘이 되어 내 아이 시즌 때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히려 한 발짝 물러나 여유롭게 전체를 아울러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시즌을 도와준 고마운 4학년 부모님들을 좋은 시절 잘 보내고 계시는구나,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지치치 않고 멀리가야 하는 길이니 말이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자꾸 지난날의 내가, 우리 아이가 떠오르고 오버랩된다. 좋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던 순간들, 잘한 것도 있고 부족한 것도 있던 시절들이, 나중은 알겠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을 것들로 크게 상처받지 말고 롱런하시길 축복의 말도 종종 흘린다.


그리곤 생각해본다. 내가 저학년 시절, 그 시즌 어머님들도 내가 이렇게 이뻤을까? 모를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어쩔 수 없다. 남을 위해 한다고 했던 일들이 모두 나를 위해 돌아왔으니 더 바랄게 없다. 무엇하나 바라는 것 없이 어딘가에 몰두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억은 내게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