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아이가 보여준 힘

by 유화

"유호가 혼자 외롭겠어요."


마운드에 선 아이를 보고 옆에 있던 한 어머님이 말씀하신다. 중견에서 위치를 바꾸고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며 느낄 그 어려움을 알아보고 하는 말이다.


새로 중견을 보는 아이도

나를 포함한 다른 부모도

마운드에 선 아이까지도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맞춰 잡질 못하고

자기가 해결하려는 몸짓이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결과는 뻔하다. 운 좋으면 삼진이지만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볼이 계속될 뿐이다.


여기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훈수는 아무것도 없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쨌든 팀을 믿고 다른 선수를 믿어야 한다.


그렇다면 아이는 믿음을 주는 선수일까?

다른 아이들을 믿을 수 있을까?


야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떠돈다.

아이가 야구를 잘하려면 돈, 빽, 몸(봉사), 실력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저 넷 중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진짜 하늘에서 돈이라도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싶은 시절 심란한 마음에 학교운동장에 발길이 뜸해질 쯤이면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잘하고 있다고 신호를 주었다. 출전 기회가 적었던 탓에 오히려 여러 경험을 쌓기보단 한우물을 파며 기본기에 탁월함을 더할 수 있는 시기를 보냈던 것이다. 그때 주변으로부터 들었던 말이 바로 '믿고 보는 중견수'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외야를 곧잘 보고 있구나, 싶으면 어느새 선발 투수가 되어 있고 투수는 어떻게 하게 되었지, 싶으면 4번 타자를 꿰찼다. 정말 이 모든 것이 기다렸던 듯이 순차적으로 일어났기에 아이가 야구하는 동안 돈도 빽도 봉사도 많이 못해준 우리 부부는 아이가 야구부에서 혼자 살아남았다고 읊조리곤 했다.


다시 돌아와 외로움과 사투 중인 아이의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아이가 마운드로 올라서면

뒤에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었던 건 객관적인 사실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정해진 팀구성이다.

더 이상 투수로서 물러설 곳도 없다.

아이가 잡을 수 있는 선택지는 뭘까?

자기 힘으로 버텨본 아이는 이기기 위해, 팀을 구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동기들의 집중력을 불러 모았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배트에 맞은 공이 좌중간으로 쭉 뻗자 그 공을 향해 중견수가 몸을 날렸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순간 공은 중견수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고

공을 잡은 선수는 우리 아이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모자를 벗어 90도로 인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날 중견수는 그 대회에서 수비상을 받았다.


올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다.

거짓말 같은 일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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