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즌 엄마입네 하고 어깨에 힘들어 갈 틈 같은 걸 갖지 못하는 건
모든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여유로운 척을 할 수 없는 건
나를 지켜보는 두 사람, 내 꼬꼬마시절을 아는 그 두 사람 덕이다.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
이거 왜 이러는 거예요?
뭐 저런 일이 다 있어요?
와, 이건 아니지 않아요?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오도방정을 떨어댈 때면 그저 들어주고 웃어주고
맞장구를 치려다가 한 번씩 진지하게도 조언도 해주고
'그냥 받아들여.'
그 말이 나를 버티게 해 주었다.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중간에 이탈을 해도 수십 번은 했을 것이다.
처음 야구부에 왔을 때 힘든 점이 참 많았다.
그중 단연코 제일 힘들었던 건 정해진 시간에, 제시간에 끝내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부모들이 오후 4시쯤부터 와서 아이들 운동하는 거 다 지켜보고
슬슬 정리를 시작할 때부터 수다를 시작해
아이들이 가방 챙겨 들고 나올 때까지 아무렇지 않게
기다리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일상인 이곳에서
나는 이상한 야구부에 떨어진 앨리스였다.
7시에 끝난다고 했으면 7시에 끝나야지
왜 8시가 다 되어가는 7시 50분이 되어서야 끝내주는 건지
언제 집에 가서 씻고, 언제 밥 먹고
문제집은커녕 일주일에 두 번 있는 고작 25분짜리
화상수업도 다 못할 판이고
선생님한테 또 미안해서 어떡해
나는 이런 소리 안 하고 살고 싶은데
정말 못살겠네, 살 수가 없네.
불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 넘쳐나는 곳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 이곳
나에게 야구부는 그런 곳이었고
고백컨데 나는 초초예민한 엄마였다.
근데 틀리지 않은 것이 첨부터 이곳엔 제 시간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 야구가 '끝나는 시간'이란 게 있는 스포츠인가?
그걸 이해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냐 안 받아들이냐의 문제였다.
늦게 끝나면 늦는 것에 적응하고
일찍 끝나면 그냥 집에 가면 되는 거였다.
배고프면 요깃거리 준비하고
배가 안고프면 또 그냥 집에 가면 되는 거였고
그러다 허기를 달래줄 간식을 주게 되고
간식이 생겼으니 훈련 후 아이들은 더 이상
배고픔에 허덕이지 않게 되었다는 해피엔딩처럼
물론 이렇게 답이 딱 정해지지 않은 문제들도 많고
아직 모든 것이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만큼은 큰 투덜거림 없이 그저 물 흐르는 대로 흘러온 것 같다.
그게 시즌엄마로서의 책임감인지
아니면 그간 단련된 시간의 힘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나마저도 변해버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판에 들어갔다면 그 판에 적응해야 하는 것마저도
우리의 몫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