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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Apr 23. 2016

필요가 취미

엄마 내 몸이 아파요


아이의 피부에 이상 증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 몇 개월이 흘렀다. 얼룩덜룩 붉은 반점이 일기도 하고 특정부위가 거칠어지다 색이 진해지기도 하고 심지어 눈두덩이가 붉어지고 입술이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아파도 아픈 티를 크게 내지 않던 아이는 보채고 짜증이 늘기 시작했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몇 시간이고 아이가 가리키는 부위를 만져주고 긁어주고 즉시 반응해줘야만 했다.      


몸속에 열이 많아서일까. 뭘 잘못 먹여서일까. 물도 바꿔보고 마시는 우유도 바꿔보고 튀긴 음식, 자극적인 것도 최소한 줄여보았다. 그러나 차도는 없었고 독한 연고를 발라야만 조금씩 잦아들 뿐 근본적으로 나아지지가 않았다.      


계속되는 씨름과 반복적인 시도에 지쳐갈 때쯤 아이의 잠자리가 의심됐다. 나와 안방에서 잘 때 특이 더 그러는 게 새로 이사 온 집에서 겨울을 보내며 난방을 튼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았다. 이 시기에 유독 심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즉각 베이크 아웃 작업에 들어갔다. 입주 초기에 했어야 할 작업을 시기에 맞춰하지 못한 탓에 유해한 모든 것들이 난방의 열을 타고 이제야 공기 중에 녹아들어 아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베이크 아웃 작업과 동시에 자연스레 관심이 간 것이 바로 공기정화 식물이었다. 사무실에 선물 받은 화분 하나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꽃다발이라면 질색을 하는 내가 식물을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한 건 온전히 아이 때문이었다.  

    

정말 화분을 키울 수 있겠어요? 인조식물은 어때요? 사진 : 이케아


제대로 기르지 못하고 말려 죽일 게 뻔했지만 다행히 이사 올 때 구입한 해피트리 한 그루가 아직 무사히 생존해 거실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어 그 생명력으로 나의 무모한 시도를 독려했다.      


나이가 들면서 이상한 버릇이 든 게 한 가지 있다면 '관심'이 자연스럽게 '시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숙지한 후에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일까. 널린 정보를 제대로 주워 먹지도 못하면 손해라는 심리 때문일까.     

 

잘 외워지지도 않으면서 몇 가지 식물들의 이름을 입 속으로 되내었다. 트리안, 청페페, 아이비, 스킨답서스. 절대로 키우기 쉽고, 미관상 좋을 것. 선택의 기준은 단순하고 분명했다.

     

화분을 구입하기 위해 관심을 갖다 보니 최근 눈여겨보는 이미지는 자연스레 푸름이 가득한 선반과 화분대이다. 지인의 집이나 카페 한구석 그 어디에 시선을 두건 지금 눈엔 온통 화분만 보인다. 잡지를 봐도 쇼핑몰에서도 꽃병, 화분 거치대 등, 이런 것만 보였다.   

   

손잡이형 화분, 왜 엄마는 주변용품 쇼핑이 더 관심가나요? 사진 : 이케아


집 주변에 화원이 즐비한데도 그 짧은 거리 이동이 짬이 안나 못 가고 있었다. 정말이지 마음속으론 수십 번도 더 오간 것 같은데 그 쉬운 걸 대체 왜 못하는 건지. 드디어 아이도 남편도 없던 날 즉흥적으로 들린 화원에서 화분을 구입했다.  

    

미니화분 몇 개와 청페페가 심긴 큰 화분 하나. 배달도 못 시키고 낑낑대고 화분을 옮기고는 밀린 숙제를 해치운 듯 뿌듯한 마음으로 보고 또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필요가 취미가 되어 가고 있다. 아이로 인해 내 취미가 결정되어지고 있다. 정확하게는 나의 관심사가 아이를 키우며 실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관련글. 매거진 [나를 만들고 채우는 것들] 식물을 잘 키우고 싶다  https://brunch.co.kr/@newdream0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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